연금개혁 반대 총파업… 佛 지하철·버스 멈추고 학교 문닫았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 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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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8개 노동단체의 연대 총파업이 19일(현지 시각) 하루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주요 도시 대중교통과 철도망이 마비되고, 학교와 병원, 주유소 등도 대거 문을 닫았다. 강성 노동총동맹(CGT)부터 온건파 노동민주동맹(CFDT)까지 12년 만에 모든 노동 단체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지난 2019년 마크롱 정부의 첫 연금 개혁 시도 이후 최대 규모 파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전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시위와 총파업이 벌어졌다. 이날 프랑스 서부 생나제르에 모인 시위대가 프랑스어로 '안 된다(It's no)'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로이터 뉴스1

프랑스 수도 파리는 이날 아침부터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파리 시내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는 파리교통공사(RATP) 노조는 이날 하루 ‘운송 제로(0)의 날’을 선언했고, 버스와 지하철, 노면전차(트램) 노선 대부분이 멈춰 섰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1호선을 제외한 대부분 지하철 노선이 운행을 중단했고, 주요 역들은 아침부터 문을 닫았다. 운영이 계속된 일부 버스 정류장엔 30~40분마다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몰려 아수라장을 이뤘다. 클레만 본 프랑스 교통장관은 “총파업이 벌어지는 목요일 하루는 가능한 한 재택 근무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국영철도(SNCF)의 철도망도 80~90%가 마비됐다. 고속철도 TGV는 5편 중 4편이, 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일반 철도는 10편 중 9편이 취소됐다. 런던과 파리를 잇는 유로스타, 프랑스와 벨기에·네덜란드를 잇는 탈리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제 열차도 운행 취소와 연착 등 차질을 빚었다. 파리 시내에서 가까운 오를리 공항에선 항공편이 5편 중 1편꼴로 취소됐다.

프랑스령 아프리카 섬에서도 연대 시위 - 19일(현지 시각) 동아프리카 프랑스령 섬 레위니옹의 주도(州都) 생드니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시위대 2000여 명이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프랑스 8개 주요 노동단체는 이날 연금 개혁 철회를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리·마르세유 등 프랑스 전역에선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학교와 병원 등이 대거 문을 닫았다. /AFP 연합뉴스

초·중등 교사 약 50%가 파업에 나서면서 공립학교 상당수가 이날 문을 닫았다. 공무원 노조도 일손을 놓으면서 여권 발급과 자동차 등록 등 행정 서비스가 거의 중단됐다. 정유 노조 파업으로 휘발유 가격은 일주일 새 1L당 1.7유로(약 2270원)에서 2.1유로(약 2800원)대로 뛰었다. 병원 운영도 큰 차질을 빚었다. 프랑스앙포는 “의료 노조의 파업 참여율은 낮았지만, 교통 마비로 의료 인력이 제때 출근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 5만~8만명, 마르세유 2만5000명, 리옹 2만명 등 프랑스 250여 지역에서 약 55만~75만명이 파업과 거리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80만명이 참여했던 2019년 파업 이후 최대 규모다. 프랑스 경찰 당국은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번질 것을 우려, 파리에 3500명 등 전국에서 경찰 인력 1만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으나, 2018년 ‘노란 조끼’ 시위와 같은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조합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며 마르세유 카네비에르 거리에서 횃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강경 노조로 분류되는 CGT를 필두로 프랑스 주요 노동 단체 8개는 19일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 개혁 철회를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프랑스 주요 도시에선 대중교통이 마비됐고, 학교와 병원 등이 대거 문을 닫았다./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3일 연금 개혁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이달 말 하원 상임위를 거쳐 다음 달 6일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조가 이날 하루만 파업을 했으나, 정유노조는 다음 주와 다음 달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노동단체 대표들은 “정부 대응을 보고 추가 파업 여부와 투쟁의 강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노동계 반발에도 연금 개혁에서 후퇴하는 일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총파업 직전인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은 대통령 공약이다. 끝까지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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