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KT, 개인정보 가명처리 중단하라”…가입자 승소 판결

최민영 2023. 1. 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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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텔레콤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2020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한 가명정보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이 정보주체 권리 보장의 시작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이동통신사 등 개인정보처리자들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한 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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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 SKT 타워. 연합뉴스

에스케이(SK)텔레콤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2020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한 가명정보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이 판결이 정보주체 권리 보장의 시작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한정석)는 19일 에스케이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 5명이 에스케이텔레콤을 상대로 낸 ‘처리정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소송은 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주도했다. 재판부는 “(가명정보의 폭넓은 활용을 인정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보주체의 가명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상 원고들의 청구는 가명정보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결정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었다.

‘가명처리’란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화하는 조치다.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이동통신사 등 개인정보처리자들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한 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법 개정이 이뤄진 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020년 10월 에스케이텔레콤에 회사가 보유한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여부, 자신의 정보가 가명처리된 정보주체가 그 내역 등을 열람할 수 있는지를 물으며 가명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통신사가 가명처리를 내세워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미 가명처리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열람과 처리정지권이 제한된다”며 시민단체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단체들은 2021년 2월 원고들과 함께 개인정보의 열람청구권, 가명처리정지권 등 행사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맡은 최호웅 변호사는 “가명정보의 활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정보가 가명처리, 활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 정보주체가 있다면 가명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정보가 가명화된다는 사실도 알 수 없고 기업들이 이를 고지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28조의7은 가명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처리정지권’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이 조항을 근거로 “가명정보를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입법취지”라며 “정보주체가 가명정보의 처리정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 쪽은 “해당 조항은 가명정보에 대해서 처리정지권을 제한한 것이지, 가명처리 되기 전인 일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제한한 바가 없다”며 가명처리가 이뤄지기 전에 정보주체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정보주체의 권리를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최 변호사는 “아직 1심이지만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가명처리를 원치 않는 정보주체들은 이 판결을 근거로 누구든지 가명처리를 중단해달라는 권리를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데이터 산업 활성화 등 추세를 고려할 때 재판부 판단이 아쉽다”며 “판결문을 받아본 후 향후 대응 방안을 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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