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시장 혼자 결정한 고양시 청사 이전
인구 100만명 경기 고양특례시가 시청사 이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행정 불신, 시민갈등, 의회 반발 등으로 시끄러운 계묘년이 불가피해졌다.
신청사 계획은 20년 전부터 본격 추진됐고, 2020년 일부 시유지가 포함된 현 청사 인근에 새 청사 부지가 확정됐다. 당시 고양시는 신구 도심 균형발전을 고려해 신청사를 구도심에 남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 용역과 경기도 도시계획심의를 거쳤고, 국제공모로 청사 디자인까지 확정했다. 신청사 부지에 포함되는 일부 개발제한구역도 해제했다. 이 과정에서 고양시 예산 60여억원이 집행됐다. 신청사 건립기금 1700억원도 적립했다.
오는 5월 착공 예정이었던 이 계획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이동환 시장이 당선되면서 최근 백지화됐다. 이 시장은 당선 직후 건립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지난 4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신청사를 건설업체가 기부채납한 일산신도시 백석동 지하 4층, 지상 20층 업무 빌딩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이 계획은 시민, 고양시의회, 국회의원은 물론 시청 직원조차 대부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 시장은 백지화 배경으로 비용 부담을 꼽았다. 기부채납된 곳으로 이전하면 29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도심 시민들은 “구도심 퇴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항의하며 삭발에 나섰다. 신도시 일부 시민들이 백석동 이전을 반긴다는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시민 갈등도 불붙는 양상이다.
구도심 시민들은 이미 확정됐던 신청사 이전을 시장이 독단적으로 바꾼 것에 의혹과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시장은 백석동 이전에 대한 당위성 여부를 떠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이상호 | 전국사회부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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