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무기공장’ 부평 조병창병원, 결국 철거수순
미군기지 캠프마켓 내 건물
토양오염 정화 위해 작년 결정
시민단체 “만행 증거 남겨야”
보존 요구에 작업 잠정 중단
소통 위한 간담회 등 무산에
시, 19일 국방부에 재개 요청
일제강점기 무기 제조 공장인 일본육군조병창의 병원 건물이 결국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19일 그간 철거가 중단됐던 조병창 병원 건물 부지의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재개를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화작업은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내에 남아있는 것으로,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철거가 잠정 중단됐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추진협의회(역사공원추진협)와 민족문제연구소, 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인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에 나서자 ‘존치’를 요구하며 인천시청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인천시는 이에 국방부에 철거 임시 중단을 요청한 뒤 존치를 요구하는 역사공원추진협과 ‘철거’를 요구하는 캠프마켓 부평숲주민추진위원회(부평숲추진위), 부평구 등이 참여하는 소통간담회를 지난 3일까지 세 차례 열었다.
그러나 당초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던 4차 소통간담회는 무산됐다. 부평숲추진위는 “원형이 훼손돼 보존가치가 없는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등 반복적·소모적 논쟁에 반대한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반면 역사공원추진협은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존치해야 하는데도 인천시는 철거 입장만 고수하는 등 독선 행정을 펴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인천시가 19일 조병창 병원 건물의 토양오염 정화작업 재개를 국방부에 요청한 것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올해까지 정화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법률적 책임과 토양 정화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을 최대한 남기도록 해야 한다는 문화재청 판단, 사회적 비용 증가와 시민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해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
정동석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은 “조병창 병원 건물이 철거되더라도 그 흔적이 최대한 남겨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사공원추진협은 인천시가 이날 국방부에 사실상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요청하자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인천시장실 앞에서 대치했다. 역사공원추진협 관계자는 “소통간담회는 철거 명분을 쌓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며 “문화재청 5억원, 인천시 47억원이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도 토양 정화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비용을 아끼려고 일제가 침략전쟁을 벌이면서 총과 탄환을 만들고 전국에서 1만명 이상 강제동원한 역사적 현장을 없애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창 병원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전국에서 강제동원된 노동자 병원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과 한국군 병원으로 활용했다. 1324㎡ 규모의 벽돌로 지어진 조병창 병원 건물은 6·25전쟁 때 피폭돼 2층 건물 중 1층 건물만 남아 있다가 주한미군이 리모델링해 클럽으로 사용했다.
한편 부평구는 철거와 보존 논란을 빚었던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인 ‘미쓰비시 줄사택’ 6개동을 문화재로 등록·보존하기로 해 인천시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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