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년…10대 건설사 사망 오히려 늘었다
[앵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곧 1년이 됩니다.
지난 1년 간 644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는데요.
전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법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규모의 기업들만 추려봤더니 사망자 수가 1년 새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특히 건설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안전 대책을 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변화가 없다는데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새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철근 기둥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추락을 막아줄 안전고리와 안전망이 필수지만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무게를 지탱할 지지대는 군데군데 해체됐습니다.
["이게 하부 지지대인데 제거하면 절대 안 됩니다."]
까마득한 높이, 딛고 설 만한 견고한 받침대도 없습니다.
["이런 데가 위험하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일터 환경은 거의 그대롭니다.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모두 341명, 1년 전에 비해 그다지 줄지 않았습니다.
도급 순위 상위 10대 건설사만 보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지난해 5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형 건설사.
안전 조직 확대, 첨단 안전장치 도입 등을 약속했지만 문서에 그쳤을 뿐 재해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청에서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신영철/건설경제연구소장 : "공사비가 부족한 경우에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불안전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지죠. 관리를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먹히는 게..."]
당장의 공사비 절감을 위해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날 때가 많다는 겁니다.
[아파트 건설현장 노동자/음성변조 : "아직까지도 안전하지 않아야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현실이에요. 안전에 대해서 뭔가 조치를 하는 게 다 시간이잖아요. 또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돈이니까."]
정부는 기업들이 안전 관리보다는 경영자 처벌을 피하려는 노력에 집중했다면서, 안전에 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앵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지난달 한 시민단체가 만들었는데요.
기업 이름을 검색하면, 최근 5년간 산재 사고가 몇 번, 어떻게 났고, 기업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가 가장 많았던 위험 기업 열 곳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모쪼록 올해에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설 연휴 ‘최강 한파’ 온다…귀성길 ‘교통대란’ 비상
- [현장K] 수십 대 주차했는데 ‘주차비=0원’…꼬리 잡힌 꼬리물기
- ‘전방위 노조 압박’ 고삐 죄는 정부…노동개혁 앞날은?
- 한-이란, 대사 맞초치…외교부 “尹 발언, 국제 관계와 무관”
- 한 버스회사 기사 폭행 수난…안전 장치는 ‘하세월’
- [기후K] 최초 공개! ‘습지 소멸 지도’…원인은?
- 화재로 숨진 50대 장애인 딸…응급안전 서비스 조사 누락
- ‘성폭행 추락사’ 인하대 남학생에 징역 20년
- 대통령 연하장에 실린 ‘할머니 글씨체’
- 비닐로 번호판 가린 뒤 ‘방화’…친부 살해 혐의 구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