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품에서 밝아지는 아이들
노래방·탁구장 등 인기…내달 1일 삼례읍에도 추가 개장
“나쁜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이곳에 오면 예쁜 말을 하게 되고 또 좋은 생각을 하게 돼요.”
지난 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에 있는 감정놀이터 ‘고래’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방학기간 학원 외에 특별히 갈 곳 없던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습을 하다 졸리면 엎드려 자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감정놀이터’다. 완주군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심리적으로 지친 아동과 청소년 등의 마음 회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국비 1억원과 군비 2000만원 등 총 1억2000만원을 투입했다.
완주군은 지난해 1월 조성 계획을 세우고 실시설계 단계부터 아동·전문가 디자인워크숍을 열어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당시 아이들은 청소년센터 등을 통해 “우울할 때 노래하는 곳이 필요해요” “친구와 단둘이 있고 싶어요” “다락방이 있으면 좋겠어요” 등의 의견을 냈다.
이에 완주군은 고래 꼬리를 형상화한 다락방과 가장 많은 의견이 나온 노래방을 조성했다. 스포츠시설로는 탁구대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 밝은 표정으로 ‘엄지척’과 ‘브이자’를 만들어 보였다. 김소정양(중 3)은 “예전에는 화가 나면 혼자 분을 삭이거나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런 특별한 공간이 생겨 이곳에 자주 오게 된다”며 “친구들과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모효빈군(중 2)도 “집에 있으면 한 시간이 하루 같아 따분하고 힘들었는데 놀이터가 생겨 기쁘다”며 “제일 좋아하는 탁구도 하고 ‘고래’ 속에서 잠자는 게 좋아 매주 3~4일은 오게 된다”고 했다.
방학을 맞아 하루 100명 안팎이 이곳을 드나든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완주군이 조성 중인 감정놀이터는 총 2곳이다. 이곳에서 약 10㎞ 떨어진 삼례읍 삼례리의 완주군청소년수련관에서도 다음달 1일 개장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은 텐트처럼 천막으로 만들어진 공간과 가벽을 세워 ‘영화 보는 방’과 ‘노래방’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완주군 교육아동복지과 홍문기 주무관은 “이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은 상처를 받아도 갈 곳이 없어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이 놀이터가 아동과 청소년들이 위로받고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향후 예술기법을 동원한 미술·음악 심리치료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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