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 말 쓰지 마라”…법 만들어 확산 단속
새해 예산 60%가 경제·국방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올해 국가예산 60%를 경제·국방 발전에 쓰겠다고 밝혔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며 체제 수호를 위한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 매체들은 지난 17~1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가 열렸다고 19일 밝혔다. 최고인민회의는 남한의 국회 격이자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일 신년사 성격의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이미 새해 대외전략을 밝혔고, 다음달 8일 북한군 창건일을 앞둔 만큼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북한 국가예산 총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었다. 전체 예산의 45%를 경제개발과 민생 개선에 쓴다. 국방비는 지난해와 같은 전체 예산의 15.9%로 편성됐다. 김 위원장이 새해 목표로 공언한 전술핵 다량생산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각종 핵무력 고도화 작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 건설과 농업 현대화 예산을 지난해보다 14.7% 늘려 식량난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방역 예산은 계획보다 21.3% 증가한 지난해 수준을 “최우선 보장”한다는 방침이 제시됐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채택(제정)됐다. 주민들 사이에 남한 말투와 문화가 확산되지 않도록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신문은 “일상생활에서 사투리와 외래어를 배격”하라며 평양말 사용을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남편을 ‘오빠’로 부르거나 ‘남친(남자친구)’ ‘쪽팔리다’ 등 남한 언어를 사용하는 청년들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021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2021년부터 공석이던 최고인민회의 의장에 박인철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장이, 부의장에 맹경일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의장이 보선(선출)됐다. 맹 부의장은 2005~2007년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였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한하고 그해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수행원으로 참석하는 등 ‘대남통’으로 평가된다.
2018~2019년 대미 협상을 주도한 뒤 주요 당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회의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전 부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직은 유지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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