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권 실책 덮으려 보여주기식 공안탄압…과거 퇴행”
“독재 권력이 썼던 색깔론”
압수수색 대상들도 “규탄”
민주노총이 지난 18일 이뤄진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공안탄압이자 과거 퇴행”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간부 1명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7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한 것을 두고는 “보여주기용 의도”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을 대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은 대통령의 사주를 받아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 편의 쇼”라며 “대통령의 외교참사 등 실책을 덮고,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공세”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경찰이 소방 사다리차와 (추락 방지용) 에어매트리스까지 동원했지만, 정작 압수수색이 진행된 곳은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리스의 반대편이었다”며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압수수색한다며 확성기로 동네방네 떠들며 광고했고, 자신을 드러내길 극도로 꺼려 온 국정원은 스스로 등판에 국정원을 써붙이고 홍보하듯 들이닥쳤다. 목적이 뭐겠나”라고 했다.
조합원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산별노조 위원장·본부장들도 규탄에 나섰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대적 노조 탄압으로 지지율이 반등한 뒤 민주노총을 부패집단으로 몰아 전면적 대립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도 민주노총을 침탈했던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고 정권의 명줄은 더 짧아질 것”이라고 했다.
간부와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어제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압수수색에 경찰 200여명이 동원됐다”며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현장엔 없던 경찰은 어디 있어야 하나. 온 국민이 고통을 겪는 경제위기 시대, 온 국민이 미래를 걱정하는 저출생 시대에 정부는 뭘 해야 하나”라고 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도민들은 최근 윤(석열) 정부 공안통치에 대해 과거의 광기 어린 공포가 떠오른다고 한다”며 “국정원이 북한이 제주지부 4·3통일위원회를 장악하라는 지령을 혐의자들에게 내렸다며 4·3을 거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종교 단체들도 이번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참여연대 등 231개 시민사회·종교 단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정한 독재 권력이 정권의 위기 때마다 써먹던 빨갱이 좌경 간첩 놀음 등 색깔 씌우기로 몰아가던 악행이 떠오르게 한다”며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안탄압을 자행한다면 또다시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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