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 온달 부부, 한국이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유소연 기자 2023. 1. 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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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소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소득 맞벌이 결혼이 늘고 있지만,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 혹은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여성 간 결혼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결혼 성향이 한국의 가구소득 불평등 수준을 평균 10%, 최대 15%까지 낮추는 요인으로 추산됐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을 막는 요인이라는 뜻이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웨딩타운 웨딩드레스 전문점의 모습./뉴스1

19일 한국은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3국과 대만을 포함해 34국을 분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동질혼과 가구 구조가 가구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인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547로 주요국 평균(0.510)보다 높았지만,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0.361로 평균(0.407)보다 낮아졌다. 개인보다 가구의 지니계수가 훨씬 낮다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정도를 지수화해서 높을수록 소득이 비슷한 부부가 많다고 봤다. 이렇게 만든 소득동질혼 지수가 우리나라는 1.16으로 주요국 평균(1.6)보다 낮았다. 다양한 소득의 남녀를 무작위로 결혼시킬 때 부부의 소득이 비슷한 경우가 100쌍이라면, 한국은 116쌍이라는 뜻이다. 주요국 평균인 1.6은 소득이 비슷한 부부가 160쌍이나 된다는 의미다. 스웨덴(1.7)이나 영국(1.71), 덴마크(1.79), 프랑스(1.91) 등은 평균보다 더 높았다.

◇ 고소득자끼리 결혼, 한국이 덜한편… “양극화 심화 막는 효과”

우리나라는 소득이 높은 사람(남편과 아내 모두 소득 상위 10%)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무작위일 때에 비해 2.2배였지만, 주요국은 3배였다. 이런 결혼 성향을 보인 결과 전체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 순위는 8위였지만,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본 불평등 순위는 10위로 낮아졌다. 소득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결혼해 가구 간 소득 불평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수준이 비슷한 결혼이 주요국들보다 덜한 이유가 미혼 남녀들이 소득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가 가사를 하는 전통적인 분업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결혼 후 아내의 경력 단절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만약 한국의 소득동질혼 경향이 주요국 평균 수준으로 강해지고, 1인 가구, 한 부모 가구 비율도 평균 수준으로 높아지면 소득 불평등은 현재보다 심해질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가 0.361에서 약 10% 상승한 0.396이 된다.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소득동질혼 경향이 더 강해지면, 현재보다 15%까지 높아져 0.417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불평등 순위는 현재 10위에서 콜롬비아, 미국에 이어 3위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용민 한은 차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면서 부족한 정부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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