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일탈에 다 불법 딱지”…화물 이어 건설 ‘노조 때리기’
현장 수시로 바뀌는 특고 노동자들 ‘고용보장 위한 계약’ 조준
국토부 “업체 118곳, 노조에 월례비 등 1686억 지급 강요당해”
경찰이 전날 국가정보원과 함께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19일 양대노총의 건설노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혐의를 이유로 들었는데 건설업계의 특성상 통상적인 노조 활동에도 불법 딱지를 붙일 수 있어 노동계에서는 ‘노조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이후 건설노조로 과녁을 돌린 정부가 본격적으로 ‘노조 때리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등 노조 지부 사무실 14곳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건설산업연맹 지역지부 사무실 3곳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각종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고 보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정부는 건설노조가 채용·월례비(급여 외에 별도로 지불하는 돈) 강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며 꾸준히 탄압해왔다. 특히 지난해 겨울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 제압한 뒤로 건설노조를 향한 압박은 더 심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기사처럼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건설노동자를 ‘사업자’로 보고 조사했다. 국토교통부도 실태조사 등으로 적극 가세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날 국토부는 건설사 118곳이 노조에 1686억원의 월례비·노조전임비 등 지급을 강요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기관이 말하는 ‘채용 강요 불법행위’는 건설업 노조들이 여러 건설현장에서 조합원을 채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정해진 사업장 없이 현장마다 계약을 맺는 건설노동자 특성상 건설노조들도 ‘초기업 노조’ 형태로 운영된다. 수시로 바뀌는 현장마다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의제다. 단체협상도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업계 협회 등을 상대로 이뤄지며, 조합원 채용 관련 내용은 법적으로 강제조항을 둘 수 없어 ‘최대한 노력한다’ 등 양해 조항으로 협약서에 담곤 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건설현장이 개설되면 노조가 조합원 고용을 요청하고 임금 조건 등을 협의한다”며 “이 행위들을 다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채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협박이나 위화감 조성이 없었더라도 주관적으로 불법행위라는 굴레를 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월례비 강요’ 등 행위도 업계 전체의 관행이라 건설노동자만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례비란 타워크레인이 하지 않아도 될 작업을 건설사가 시킨 뒤 얹어주는 돈이다. 건설사가 새 장비를 섭외하는 대신 현장마다 1대씩은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작업을 부탁하면서 월례비 관행이 생겼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돈을 더 벌기 위해 월례비를 높게 요구하는 일부 일탈행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노조는 오히려 월례비를 받지 않는 대신 하지 않아도 될 작업을 시키지 말라고 요구하며, 과도한 일탈은 자체 징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가 공사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관행인데, 일부의 일탈을 이유로 모두 다 노조의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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