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조원 채용 강요” 양대노총 압수수색
건설노조 사무실 등 14곳서 집행
정부, ‘노동계 압박’ 전방위 확대
경찰이 19일 건설현장 채용강요 등 혐의로 양대노총 사무실 등을 무더기로 압수수색했다.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지 하루 만이다. 노동계를 겨냥한 윤석열 정부의 압박이 대공 수사와 비리 수사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노조 사무실 3곳 등 노조 사무실 14곳을 압수수색해 휴대폰 22점을 포함한 전자정보 약 1만7000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서울 영등포구 서울경기북부지부 본부와 산하 서남·서북·동남·동북지대, 한국노총은 한국연합건설노조 광진구 본부와 강서구 서울본부, 인천본부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건설산업노조 금천구 서울경기1지부와 철근사업단 서울경기지부, 송파구 서울경기2지부 등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노조 간부들은 건설현장에서 시공사 측에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전임자 임금 등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앞에서 소음이 큰 집회를 열거나 안전의무위반 사항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2020년 중순부터 2022년 초순까지 이 같은 범행이 수차례 일어났다는 진술과 증거자료를 확보했으며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말쯤 내사를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며 “노조들이 서로 연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행위 패턴이 똑같아 일괄로 사건을 묶어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경찰청은 이날 “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200일 특별단속 시행 이후 지난 18일까지 총 186건 929명을 수사해 피의자 23명을 송치(구속 7명)했으며, 890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이번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고 국정과제로 제시한 이른바 ‘노동 개혁’의 일환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4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 건설사들에 돈을 요구하거나 불법 채용을 강요하는 등 불법과 폭력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노조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압수수색은 노조를 비리집단으로 몰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정부로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노조로 돌려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의도적인 행위”라고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정부가 노조를 상대로 공안탄압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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