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노동 경제학 교수의 진단 “이런 사람은 AI에 안 밀려난다”

곽창렬 기자 2023. 1. 19. 2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오터 MIT 교수 인터뷰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20·30세대 829명에게 미래사회가 도래하면 일자리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10명 가운데 8명(83%)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엔 ‘미드저니’ ‘달리’ 등 그림 그리는 AI와 대화형 AI인 ‘챗GPT’가 잇따라 등장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실제로 로봇 한 대가 늘어나면 인간 일자리가 0.1%포인트 줄어든다는 분석(한국은행·2021년)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오랜 기간 자동화와 노동의 관계를 연구해온 데이비드 오터(56)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MIT 부속 ‘미래의 일자리’ 연구소 공동 의장이자 저명한 노동 경제학자인 오터 교수를 WEEKLY BIZ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데이비드 오터(56)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친(親) 로봇, 친(親) 인공지능(AI) 학자로 알려져 있다. 세계화와 기술 변화가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20년 하인즈 재단으로부터 '25주년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오토 교수 제공

◇“AI가 인간 대체한다는 건 과장”

-코로나 팬데믹이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꿨나.

“예상치 못한 구인난이 발생하면서 저학력 근로자에게 매우 좋은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40년간 고학력자가 혜택을 독식해온 노동시장에 극적인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는 고임금 근로자보다 저임금 근로자 임금을 많이 올려 불평등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불확실하다. AI가 발전하는 속도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다.”

-결국 AI나 로봇의 발전 속도를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것 아닌가.

“‘따라간다’는 말은 경쟁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인간은 AI 같은 기계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 지난 200여 년간 인간은 놀랄 만한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화를 도입했는데, 대부분 인간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AI도 마찬가지다. 가령 AI가 사람 대신 완전한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보조적인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AI가 만들어주는 문장을 초안 삼아 글을 쓰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인가.

“물론 지금까지 기술 발전이 그랬듯 AI도 일부 일자리에 손해를 끼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매년 세금을 낼 때 모든 수입 내역과 증빙 서류를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세무사에게 맡겼다. 그런데 지금은 이를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값싼 비용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자연히 세무사 수요는 줄어든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대세이고 중요한 기술이라고 해도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노동 시장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은 더더욱 아니다.”

오터 교수는 “AI나 로봇은 인간의 판단에 따라 쓰임새가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감시나 콘텐츠를 검열하는 데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데, 이건 중국 당국의 선택과 투자로 인해 가능한 것이지 AI의 고유한 속성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로서 우리는 AI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알 수 없다”며 “그러므로 어느 직업에서 어느 정도까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지 속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미래에도 읽기·쓰기·말하기·분석이 중요

오터 교수는 다양한 실증 연구를 통해 자동화가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린다는 주장을 펴왔다. 2015년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도 그는 “자동화와 노동이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수입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전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그도 자동화와 AI가 가져올 양극화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그는 “현재 소매점 같은 단순 서비스 업종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일자리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전문 지식이 필요 없는 단순 일자리를 줄이고, 법률이나 의료 분야 등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는 어떤 직업이나 전공을 가지는 게 좋을까.

“기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의사를 예로 들어 보자. 의사는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환자와 꾸준히 소통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지식을 활용해 일종의 ‘번역’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나는 이를 ‘가치 있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일은 기계가 해내지 못한다. 이처럼 앞으로는 전문적인 지식과 사람의 요구를 함께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고 본다. 어떤 전공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각자 다른 적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근본적인 것은 바뀌지 않는다. 미래에도 읽기·쓰기·말하기·분석하기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학교에서 분석적 사고방식을 길러야 하고, 더 나은 추론을 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저개발국 노동력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비판한다.

“과거 무역이 활발해졌을 때도 부자 나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나라를 착취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무역은 한때 개도국이었던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를 부자로 만들었다. 물론 현재 개도국들이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이 발주하는 단순 업무를 하다 보니 일부 학대당하거나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그것이 플랫폼 노동의 본질도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부족한 나라는 기술력 있는 나라가 무역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급자족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이 방글라데시에 ‘우리는 옷을 만들어줄 로봇이 있으니까 더는 당신네 나라에서 옷 살 필요가 없다’든지 ‘이제는 로봇 간호사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며 필리핀에 간호사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고 싶어도 무역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는 로봇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진짜 비극이다.”

-자동화 시대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I와 로봇이 가져올 변화에 대처하려면 교육, 건강, 안전 등 사회안전망을 잘 구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초·중등 교육 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다. 지난 40여 년간 미국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이끌렸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 부족에 직면해 있다. 안정성이 부족하다 보니 국민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장이 중요하고, 정부가 모든 걸 통제해선 안 된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비간섭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고 생각한다.”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