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 '결석허용' 늘렸는데, 학습권 보호책은 재탕?

김정현 기자 2023. 1. 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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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교육·문체부,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 확대 방안
초등 5→20일·중학교 12→35일·고교 25→50일
주중대회 주말 전환 조처도 체육계 자율 맡겨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당초 단계적 폐지 권고
인권위 "출석인정결석제, 무한경쟁 유발" 지목
학습권 보완 대책은 재탕…대입 조치는 '독려'
교육부도 "보완 필요 있어…다양한 방안 강구"

[인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청소년수련관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3.01.19. kgb@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줄여 왔던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를 올해부터 다시 늘리기로 했다. 학업을 포기할 만큼 가혹했다는 체육계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대회·훈련을 이유로 학업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조처가 나온 배경인 학생선수의 학습·휴식권에 대한 대책은 '재탕' 수준이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1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 '초·중·고 학생선수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를 통해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대회 참가 및 훈련을 위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에는 "수업에 결석하고 참가하는 주중 대회를 최소한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주말, 방학 중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평일에 학생선수 진로, 진학과 연결되는 대회를 열어 결석을 유도하고, 출석으로 인정하는 일련의 관행은 헌법 제31조 1항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권고문은 2019년 지도자의 선수 성폭력, 폭행 등 악폐습을 고발하는 '체육계 미투'가 불거지면서 교육부와 인권위 등이 합동으로 구성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것이다.

인권위는 "학생선수의 진학은 경기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대회 규모가 클수록, 성적이 상위일수록 유리해 무한경쟁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2019년 기준 209개 대회 중 69.8%인 146개 대회가 평일에 치러지는 환경이었다. 선수는 학교와 다른 지역에서 대회가 치러지면 적응, 휴식을 고려해 주 단위로 수업을 빼먹기도 했다는 진단이다.

[수원=뉴시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지난 2019년 1월2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 폭행 등 사건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1.19. photo@newsis.com

이런 관행이 가능했던 원인이 바로 '출석인정 결석 제도'(출석인정일수)라는 것이 인권위 진단이었다.

당시 조사에 응답한 학생선수 5만7557명 중 27.5%인 1만5824명이 "평소 수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입과 실업팀 진출이 코앞인 고교생 선수는 46.5%로 비율이 치솟았다.

중·고교 학생선수 3만9550명 중 28.3%인 1만186명은 "운동과 수업 병행이 불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중 62.9%인 7029명이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이날 '출석인정 결석일수'(출석인정일수)를 올해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확대해 2020년(초 20일, 중 30일, 고 40일)부터 줄여 왔던 조처를 없던 것으로 되돌렸다.

주중대회 주말대회 전환 역시 종목별 상황에 따라 추진 여부, 범위, 시기를 자율적으로 정하게 맡겼다. 주말대회 전환을 추진하는 종목을 위한 지원금(5억원)은 계속 지급하지만 사실상 무효화한 셈이다.

물론 체육계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업을 빠지면 안 되는데, 종목 특성상 주말에만 대회를 마칠 수 없는 경우 무리한 대회 참가 일정으로 안전사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골프의 경우 방송통신고에 등록한 17~19세 학생 선수가 2018년 135명에서 지난해 277명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2021년 골프는 중학생 62.7%, 고등학생 36.6%의 선수가 출석인정일수를 다 쓰고 결석 처리를 감수하면서 수업을 빠졌다.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가 오히려 학습권과 휴식권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0월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제도 개선방안 탐색'을 주제로 한 2022 2차 학교체육교육 공개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1.19. photo@newsis.com

그러나 이날 정부가 내놓은 학습권 보완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대학 입시 체육특기자 전형에 출결이 기록되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반영 비율을 높이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30% 이상 반영을 권고한 데 따라 정기 조사를 실시하고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권고'다.

또 보충학습을 위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 '이스쿨' 콘텐츠를 보강해 수강 범위를 초등학생까지 넓히고, 선수 희망에 따라 대면 보충수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미 2018년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기본계획'(기본계획)을 통해 대회, 훈련으로 수업을 2시간 이상 빠졌을 시 이스쿨 1시간 수강을 의무화했다. 2019년 인권위 권고 전에도 쓰던 정책으로 새롭지 않다.

이마저도 성취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교육부 고영종 책임교육지원관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출결을 강화하기 위한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기반 학생선수 관리 시스템 구축'도 마찬가지다. 대회·훈련 참가 기록을 교사가 관리할 수 있는 나이스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대책역시 2018년 기본계획에 담겨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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