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대사 소환’ 신경전…말 한마디에 우호관계 ‘와르르’

韓 외교부 “尹대통령 발언은 국제관계와 무관”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 발언을 두고 한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앞서 이란 외교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불러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한 대응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UAE에서 임무 수행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 차관은 이란 측이 테헤란에서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했을 때 핵확산금지조약(NPT)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며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변인은 이란 측이 제기하는 문제와 결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는 취지로 한 것"이라며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역설했다.

또 한국-이란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도 재확인 했다. 임 대변인은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이란 측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명확한 사실에 기초해 우호 관계 형성 노력을 지속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란 측은 해당 발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또 전날인 18일에는 주이란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여야도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지난 17일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야당은 '외교 참사'로 규정지으며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외교부와 여당은 '장병 격려 차원'이라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