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다보스 연설 ‘자유와 연대’ 기치로 협력 강화···중국 배제엔 선 긋고, ‘탈원전 폐기’는 재차 강조
자유 16차례, 연대 11차례 “더 강력한 협력과 연대”
윤석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경제의 성장과 인류의 자유 확장에 기여해 온 자유무역 체제는 절대 포기해서 안 되는 글로벌 공공재”라고 말했다. 국정 핵심 철학으로 삼은 ‘자유와 연대’를 거듭 강조하면서 글로벌 복합위기의 해결책으로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전세계적 기후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원전 확대를 내세우며 ‘탈원전 폐기’ 정책 기조를 국제 사회에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 한 호텔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를 주제로 특별연설을 하며 “장벽을 쌓고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서 대면으로 연설한 것은 지난 2014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이후 9년만이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의 위기, 보건과 디지털 격차는 세계시민의 자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도전을 극복하는 길은 “더 강력하게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는 ‘자유’ 16번, ‘연대’가 11번 언급됐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와 연대’를 강조해 온 맥락과 연결된다. 윤 대통령은 “블록화로 대표되는 지금의 도전은 경제질서를 보편적 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 체제로 복원하고 국제사회가 강력히 연대하고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때 당면한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했다.
다자주의·자유무역체제 복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미·중 경쟁구도로 블록화 현상이 심화하는 데 대해 중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과의 질의응답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가 블록화나 배제, 차단으로 이어지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중국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서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체제가 다르거나 보편적 가치에 차이가 있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배제하고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 포용적이고 융합적인 방식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고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 행보를 펴왔다. 이를 두고 ‘중국 배제’ 해석이 나오자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 대해선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함께 하는 유사한 정치·사회경제체제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급망 복원력 강화, 저탄소 전환과 보건 격차 해소, 디지털 질서 확립 등을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연대에 바탕을 둔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역시 자유와 연대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보편적 규범을 준수하면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함께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두고는 원자력 발전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원전의 확대로 탄소중립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것임을 표명한 바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력과 시공·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고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 기술이 필요한 나라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임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국내외에 천명하는 것과 함께 ‘원전 세일즈 외교’를 가속화할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슈밥 회장과의 질의응답에서 “한동안 탈원전이라고 해서 원자력을 감축하려는 시도가 몇년 지속돼온 탓에 원전 생태계도 많이 힘들어졌다”고 전임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이어 원전 발전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탄소중립 목표로 하는 국가들과 원전기술 공유하고 다양한 수출과 협력을 통해서 청정 에너지인 원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격차 문제는 ‘새로운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이 세계시민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디지털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권리장전은 디지털 기술을 향유할 권리를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규정하고 디지털 심화 시대에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글로벌 보건 격차를 두고도 국제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국가 간 보건 격차는 개인의 자유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협한다”는 인식 아래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을 주도해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세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협력과 연대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면서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책임, 세계시민의 자유를 확장할 책임,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책임이 지금의 우리에게 더욱 강력한 연대, 행동하는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거듭 연대를 강조했다.
다보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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