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은 숙제"…'베토벤' 호불호 뚫고 순항할까(종합)
프리뷰 기간 음악·가사·무대·스토리 등 전방위 호불호 평가
EMK "피드백 겸허히 받아들일 것"·배우들 "숙제 해결하는 과정"
이제 시작이다. 호불호 평가 속 최선의 유종의 미를 위해 달린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날 현장에서는 '베토벤'의 테마곡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박효신을 제외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 박은태·카이, 안토니 브렌타노 역 조정은·옥주현·윤공주, 카스파 반 베토벤 역 이해준·김진욱 등 배우들과 문성우 안무감독,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프레스콜은 멜론으로도 생중계 됐다.
지난 12일부터 4일 간 6회의 월드 프리미어 프리뷰 공연을 성료하고 본격적인 공연의 막을 올린 '베토벤'은 유럽 뮤지컬의 전설,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국내 EMK와 함께 7년 간의 제작 끝 선보인 작품이다.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베토벤'은 화려한 삶을 즐기는 세기의 음악가가 아닌 콤플렉스와 절망으로 점철된 굴곡진 삶을 살았던 외롭고 상처 받은 영혼의 소유자 베토벤이 그의 인생에 유일한 구원이었던 운명의 사랑 안토니(토니) 브렌타노를 만난 후 1810년부터 1812년까지 서사를 중점적으로 담아낸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 한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모든 것이 변화되는 동시에, 위기와 고뇌의 순간을 극복하는 순간을 세세히 그리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신성한 의무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베토벤 사후 서랍장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를 출발점으로 실제 그의 이야기를 차용해 쓰인 '베토벤'의 가사와 대사들은 그의 치열했던 삶을 확인 시키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았던 베토벤의 고독과 토니를 만난 후 그녀의 사랑으로 구원 받는 환희는 클래식 하면서도 혁신적인 무대 디자인에 녹여내려 노력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선율로 온 세상을 구원했지만 단 한 순간의 평범한 행복도 허락되지 않았던 베토벤의 견고하고 내밀한 삶과 사랑을 거장의 선율 속에 펼쳐낸다.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상류층(ARISTOCRATIC)' '그저 나니까(BECAUSE OR ME)' '나와 요한나(ME AND JOHANNA)' '제발 죽지마(TOO YOUNG TO DIE)' '난 해냈어(I MADE IT)' '네 마음 속 음악(THE MUSIC IN YOU HEART)' '취소(CANCELLED)' '괜찮아 난(IT'S ALL GOOD)' '내 운명 앞에 나(MY DESTINY'S ME)' '절망이여(HELLO DESPAIR!)' '우린 형제야(WE ARE BROTHERS)' '가버려(GO AWAY!)' '너의 운명1(IT'S IN YOUR HEART 1)' 무대가 공개됐다.
특히 1막 엔딩에 해당하는 '너의 운명1'은 '운명 교향곡'으로 잘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C단조 작품번호 67의 선율을 담아 무대 전체가 활용되는 압도적 연출과 함께 시각적 몰입도를 높인다. 이어진 '매직문(MAGIC MOON)' '사랑은 잔인해(LOVE IS CRUEL)' '너의 운명2(IT'S IN YOUR HEART 2)'은 익숙한 멜로디에 고난도의 가창력을 요하는 넘버, 넓은 무대 활용 등으로 시선을 끌었다.
실제 극과 마찬가지로 '너의 운명1' 시연 후 필요했던 무대 세팅 시간에는 극 중 카스파 반 베토벤으로 분한 이해준 김진욱의 막간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진욱은 "베토벤은 위인전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작품에서나마 형으로 둘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다. 긴 시간 동안 준비하고 공연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베토벤'이 말하고자 하는 위대한 사랑,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극장에 놀러 오셔서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준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공연을 올렸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무대 위에서 창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영광 이상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분명 안다. 더 보완해 좋은 작품으로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 세계 최초 월드 프리미어 뮤지컬로 표현한다는 것에 깊은 사명감도 갖고 있다. 널리, 멀리 공연될 수 있도록 한국 창작 뮤지컬에 힘 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표했다.
이해준의 언급처럼 '베토벤'은 프리뷰 기간 동안 실관람객들의 신랄한 평가를 받았다. 월드 프리미어로 어디에서도 공개 된 적 없는 공연을 한국에서 처음 올리는 것이기에, 제작진과 배우들은 물론, 이를 접하는 관객들까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 단순 캐스트에 따른 편차가 아닌, 일부 공감하기 어려운 스토리와 혼령이 함께 하는 무대 구성, 아직은 어색한 넘버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작품의 긍정적인 부분을 치켜세우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와 고민들을 털어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애정과 좋은 시선을 당부하는 '베토벤' 팀의 고군분투가 엿보였다. 제작사 EMK 측 역시 사회자의 입을 빌어 "보내 주신 모든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우리 공연 뿐만 아니라 준비 중인 일본 공연까지 더 완성도 높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는 요지의 입장을 남기기도 했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베토벤'의 구성은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한다. 유품에서 발송되지 못한 편지가 발견 되고, 받는 사람에 대한 표기는 '불멸의 연인'이라고만 돼 있다. 작가 상상력이 더해진다고 해도 역사적 사료를 찾지 않을 수는 없었다.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완성 된 스토리라인이다"라며 "뮤지컬 특성상 가장 극적인 순간에 집중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다 보니 베토벤의 일생을 담은 서사 보다는 특정 시기가 좋겠다는 연출님의 판단이 있었다.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적 상황에서 환희에 찬 순간들이 극적으로 교차될 수 있는. 그렇다면 '청력을 상실해가면서 어떻게 그런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었냐'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수 있는데 그 답을 사랑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문성우 안무감독은 '베토벤' 무대 구성에서 눈에 띄는 혼령에 대해 "음악을 중심으로 혼령을 어떻게 접근 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혼령은 베토벤 내면의 감정만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고, 상하 관계도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신이다. 악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음악을 우주로 베토벤이 신이 되고 혼령은 결국 그의 뮤즈가 되는 상황을 음악에만 집중해 표현해 봤다. 6명의 혼령 각각에 음악 특성을 부여해 조화롭게 시각화 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빠르고 느리고 강하고 여리고 섬세하고 리드미컬하고. 관객 분들에게 명확하게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아름답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은정 음악 감독은 베토벤의 지휘에 맞춰 실제 오케스트라가 극에 참여하는 '베토벤' 만의 독특한 형식을 흥미로워 하면서, 세 베토벤의 음악적 강점을 함께 논했다. 그는 "박효신 박은태 카이 세 배우 모두 베토벤 캐릭터에 몰입하고자 하는 작전인지 연습실부터 되게 무섭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주얼과 성격 말투까지 베토벤화 됐다"며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절절함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박은태는 미성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에 환희와 분노 등 여러가지 색깔을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카이는 가장 클래식한 목소리를 베이스로 정통의 베토벤 선율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세 매력을 다 만나도 좋을 것 같다"고 어필했다.
타이틀롤 베토벤의 옷을 입게 된 카이는 "'베토벤' 같은 경우는 월드 프리미어로 대본을 받지 못하고, 음악도 못 들은 상태에서 참여하게 됐다. 어떤 쓰임새로 활용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베토벤 음악이 이미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그 상태 그대로를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심정이다. '내 감정과 대사가 음악과 어우러져 전체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자'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성악을 전공한 만큼 카이에게 베토벤은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다. "내가 베토벤 음악을 좀 더 들어봤다고 해서 그것이 베토벤을 연기하는 것에 대단한 베이스가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한 카이는 "다만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지금도 클래식 음악 듣기를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베토벤의 음악이 음악사에서 얼마나 완벽한지 조금이나마 알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더 느껴지지 않나 싶다"고 귀띔했다.
이어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베토벤 님께서도 하늘에서 우리 작품을 보면서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음악을 로큰롤 스타일로 변형 시킨 실베스터 르베이의 도전 정신에도 박수를 보낸다. 베토벤이 하늘에서 만족까지는 모르겠지만 박수와 응원을 보내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박은태는 음악의 힘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베토벤을 연기하는 베토벤으로서 존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박은태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아닌가. 원곡이나 음악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 우리가 하고 있는 작품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음악에 짓눌리지 않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베토벤이라는 실존 인물에 역사극처럼 빠지려 하지 않았다"는 박은태는 "이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는 2~3시간 남짓 한 시간 동안 베토벤이라는 인물, 토니와의 사랑과 고뇌, 인간적 감정의 변화와 삶의 변화들을 체감하면서 음악이 함께 주는 감동을 느끼고 공감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박은태는 '모차르트'에 이어 '베토벤'까지 음악가 전문 배우가 된 상황. 박은태는 "미하엘 쿤체가 '모차르트는 나무 뒤에 숨어서 어떤 상황이나 변화들을 재미나게 바라보는 인물이면, 베토벤은 변화 자체 안에 뛰어 들어서 싸우고 부딪치고 아파하고 공감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해 주더라. 모차르트는 더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것에 비해 베토벤은 다소 폐쇄적인 느낌이 있다. 그 차이점을 표현하고자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안토니 역의 조정은은 "사실 프레스콜에 부담감을 안고 왔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고민과 숙제들을 차차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내비치면서 "대본을 받고 음악을 들으면서 없는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뤄낸다는 것이 까다롭기도 하고 접근하는 것이 많이 어려움이 있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조정은은 "'베토벤과 토니 둘 사이에 어떤 무엇이 있었기에 강렬하게, 그것도 삶을 내던질 만큼 끌렸을까' 그런 것에 대한 궁금증도 컸고, 개인적인 궁금증을 넘어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갖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여러가지 시도를 개인적으로 많이 해보기도 했는데, 연출자와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어쨌든 이 내용이 아주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없는 무엇을 추가해서 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 나름 시도의 차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베토벤과 토니를 남녀의 사랑에 국한 시키지 말자는 것. 조정은은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라는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 사랑이라는 것이 '불멸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아닐까' 스스로 결론 내렸다. 사랑을 몰랐던 한 남자는 사랑을 통해 스스로의 선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해 주면서 놓아줄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사랑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여자는 사랑을 느끼면서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이 앞에서 그 선택을 접어야 했지만. 여자로서의 선택이라기 보다 엄마로서의 선택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정은은 "아직도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해 전반의 생각을 과정들로 무대에 서고 있다"며 "그래서 어떤 특정 신에서 이들의 삶의 변화가 드러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베토벤과 토니의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지 않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관계지만, 대사로 본다면 토니가 남편에게 '둘의 관계가 부끄럽지 않다'는 말을 한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가사지만 도덕적 선택에 대한 잘못 아니라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 사랑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에게 굉장히 큰 변화라 생각했다"고 읊조렸다.
옥주현은 "우리 작품 제목이 '시크릿'으로 표기되지 않나. 개인적으로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가면 유명 작가들도 시기별로 영감 받은 것에 따라 다른 색채와 구도로 그림을 그린다. '이들은 누구에게 어떤 강렬한 영감을 받길래 이렇게 위대한 작품을 탄생 시킬 수 있었을까' 호기심을 갖고 집에 가서 찾아보는 사람이 나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은 편지라는 출발이 개인적으로 재미났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고, 신기하게도 베토벤에 대한 인물 줄거리 내용이 불멸의 여인부터 시작 되더라. 작품에서도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신들이 빼곡하게 있다"고 알렸다.
"'귀머거리 작곡가 베토벤 이야기에 사랑을 포커스로 다루는 이유가 뭘까'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인정한 옥주현 "하지만 사랑을 통해 인류에 남을 걸작이 나왔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시크릿은 굉장히 흥미롭다. 세계 수 많은 예술가들이 아직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심지어 관련 자격증도 있다고 하더라. '베토벤' 극작가 쿤체는 아주 높은 등급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토니로서, '토니는 무엇으로 베토벤의 마음을 열게 했을까' 고민하면서, 귀가 멀었다는 정보를 알기 전에도 눈으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무대에 서는 것이 좋겠다고 디자인 했다"고 자신의 토니를 소개했다.
이 날 프레스콜에서 옥주현은 토니의 메인 테마곡이라 할 수 있는 '매직 문'을 열창했다. 제작진을 물론 배우들도 함께 만들어 나간 곡이다. "가사를 처음 봤을 땐 좌절했다"며 한숨 섞인 웃음을 토해낸 옥주현은 "사슬에 묶인 채 어쩌고 저쩌고. 쉽게 말해 팽당한 상태로 남겨져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라며 "사실 '매직 문'의 시작은 정은 언니의 뱡향성을 따랐다. 굉장히 촘촘하고 섬세해 리스펙 할 수 밖에 없는 배우다. 언니 말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옥주현은 "어느 날 언니가 ''매직 문'은 시처럼 시작해 마지막엔 호소가 되더라도 그렇게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조용히 시처럼, 내 마음의 잔잔함을 부정하지 않고 가사와 감정이 일치할 수 있게끔. 정말 그게 맞는 것 같더라"고 고마움을 드러내면서 "창작 초연이라 제작진이 대사와 가사를 번역 해줘도 배우가 표현함에 있어 직접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어떻게 하다 보니 해당 곡에 가사를 붙여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고, 당시 '엘리자벳' 부산 공연 때문에 일주일을 통으로 내려가 있을 때였는데, 쉼 없이 부르고 또 불러 보면서 부산 호텔에서 90% 정도 완성했다. 서울에 올라와 단비 슈퍼바이저와 (박)효신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우리 모두가 하나 씩 만들어 간 작품이다"고 자신했다.
윤공주는 "창작 초연이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 힘들어서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다"며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은 있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공감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전달하고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의지를 북돋았다.
"제작진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는 윤공주는 "토니로서 할 수 있는 걸 믿고 따라 가려한다. 단순히 즐기는 마음은 아니다. 관객 반응에 호불호가 있다는 것도 안다. 불호를 호로 만들어야 하고, 그런 숙제가 있다는 것이 힘들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다. 각자 위치에서 궁금증과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공연이라 생각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고, 마지막 공연도 기다려진다. 완성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카스파는 생각보다 적은 분량이 아쉽지만 강렬한 임팩트가 있다. "분량이 적다"며 호탕하게 웃은 이해준은 "하지만 처음부터 '베토벤의 동생이 갖고 있는 역할이 뭘까'에 대해 고민했고, 그 의미라면 극 안에서 표현되는 카스파의 모습이 충분히 비중 있다고 생각했다. 루드비히와 카스파의 형제 관계는 독특하다. 형은 카스파에게 아버지고, 가정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그리고 카스파는 형이 하는 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무한 사랑을 형에게 베푸는 동생이다. 그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되뇌었다.
이해준은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이유들이 뭘까' 떠올렸을 때 결국 이유 없는 사랑이더라. '카스파 같은 동생이 있다면 얼마나 위로 받고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카스파는 베토벤 심연에 있는 마음을 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형과 달리 매사 긍정적이고 밝다. 그런 마음을 형에게 끝까지 잘 심어주면서 인생을 사는 가치는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요한나와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을 짧은 신 안에서 나노 단위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무거우면서 즐겁다"고 표현했다.
같은 카스파 역할의 김진욱은 "카스파 입장에서 베토벤은 오히려 인간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괴팍하고 예민한 모습도 있지만 형은 자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카스파는 형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다"고 해석했다.
요한나와의 운명적 사랑에 대해서도 "나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답한 김진욱은 "루드비히는 카스파와 요한나의 사랑을 반대한다. 하지만 요한나와의 사랑은, 운명적 사랑을 직접적으로 느낀 카스파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원래 루드비히를 인생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던 카스파가 자신이나 요한나로 초점을 바꾸면서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고, 그런 모습들이 베토벤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애정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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