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교대역 휠체어 참변 유족 “승강장 구조 탓”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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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버지가 떨어져 돌아가신 계단을 보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습니다."
안 씨는 일주일 전 교대역 승강장 계단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채 추락하는 사고(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온라인 보도 등)로 숨진 故 안시국(79) 씨의 아들이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는 CC(폐쇄회로)TV가 기둥에 가려져 전동 휠체어를 탄 안 씨가 계단으로 향했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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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에스컬레이터 사이 기둥 탓
- 장애인 시야에선 복도처럼 보여”
- 사망자 아들 “경고문구도 없어”
- 코레일 “설계변경·안내문 어렵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버지가 떨어져 돌아가신 계단을 보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습니다.”
19일 오후 동해선 교대역 역사에서 만난 안세준(50) 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말했다. 안 씨는 일주일 전 교대역 승강장 계단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채 추락하는 사고(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온라인 보도 등)로 숨진 故 안시국(79) 씨의 아들이다. 안 씨는 사고 당시 승강장에서 “수육 맛나게 삶아줄 테니, 마트에서 고기를 사서 집으로 오시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발길을 돌리다 변을 당했다. 아들 세준 씨는 “ 7년 전 뇌졸증 후유증으로 다리 마비가 와 전동 휠체어를 타게 된 아버지는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며 “위험하게 설계된 승강장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 씨가 떨어진 곳은 에스컬레이터와 붙어 있는 좁은 계단이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는 CC(폐쇄회로)TV가 기둥에 가려져 전동 휠체어를 탄 안 씨가 계단으로 향했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전동 휠체어에 탄 채 계단을 멀리서 바라보면, 계단 쪽 유리 난간이 승강장 기둥에 가려져 계단이 평평한 복도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이날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본 사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강옥 활동가는 “특히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대리석 기둥이 있어 탑승구간에서 보면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휠체어장애인 시야로 보면 충분히 착시를 일으키게 할 수 있는 구조지만 현장에는 사고 안내문은커녕 앞에 계단이 있다는 안내 표시조차도 없었다. 세준 씨는 “사람이 계단에서 떨어져 숨졌다. 적어도 간단한 안전 문구는 붙여야 하지 않느냐”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다른 장애인 노약자가 겪을 수 있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설계변경은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동해선 교대역은 중앙대로 위에 떠 있는 구조라 불가피하게 승강장 양 끝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밖에 없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변경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안전 표시문 부착도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꺼리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설물 개선이나 추가 설치는 전국 철도역이 같이 적용한다. 주의 안내문은 다른 승객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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