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김성태, 정말 모르는 사이일까?

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2023. 1. 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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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중호 기자

[앵커]
검찰이 오늘 새벽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분들의 궁금증이 수렴하는 지점,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로 모른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이 사실일까? 이거 아닐까요. 저희 CBS가 차곡차곡 모아온 취재내용을 토대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김중호 법조팀장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쌍방울과 연계돼 있는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크게 두 개에요. 하나는 변호사비 대납, 하나는 대북 불법 송금. 어쨌든 연결이 되려면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가 알고 공모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두 사람 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연합뉴스


[기자]
사실 김성태와 이재명이 아는 사이인가 모르는 사이인가… 혹은 얼마나 친숙한 사이인가 이것은 지금 제기되고 있는 사법적 의혹의 핵심은 아닙니다.

[앵커]
우리가 궁금해 하고는 있지만, 사법적으로는 크게 중요하진 않다?

[기자]
기소 여부 등을 봤을 때 청탁 여부가 중요한데, 잘 안다는 것이 청탁의 전제는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이 사건을 이해하는 실마리는 될 수 있겠죠.

발단은 엊그제 국내로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한국에 도착한 첫날 한 발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입니다.

김 전 회장에게는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죠. 이 대표 전혀 모르냐? 연락한 적 없냐? 측근들도 모르냐? 등 여기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전혀 모릅니다"라며 잘라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김 전 회장을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고요.

공교로운 것은 같은 날 수원지방법원에서 김 전 회장 발언과 정 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는 겁니다. 이날 수원지법에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비서실장을 지낸 엄모 전 쌍방울그룹 미래전략사업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재판에서 공개된 진술조서에서 엄씨는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다 가까운 관계였던 게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엄씨는 "이재명 지사님의 경우 회사 내에서 김성태 회장님이 경기지사님하고 가깝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냥 회사 내에 퍼진 소문일 수 있지 않을까요? 회장님이 유력 정치인과 잘 안다더라 하는….

[기자]
물론 현재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엄 전 본부장의 진술은 "그렇게 알고 있다" 즉 전언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직접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장면을 목격하거나 김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아니라는 소리죠.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큰 친분관계가 없으면서도 큰소리를 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증인 선서를 하고 위증 처벌 가능성까지 있는 법정 특성상 엄 전 본부장의 진술은 그냥 헛소문이나 루머가 회사에서 돌았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쌍방울 사내와 사원들 사이에서 김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 사이가 가깝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


[앵커]
이런 상황에서 CBS가 단독 기사를 하나 냈잖아요. 쌍방울과 대북 사업을 함께한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직접 만나 대북행사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게 어떻게 김성태 전 회장과의 접점으로 연결되는 건가요?

[기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얼마나 친숙한 사이였는 지가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 청탁과 로비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고요. 또 굉장히 친숙한 사이라 해서 반드시 청탁과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 예단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너무 확실하게 서로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방울 김성태와 이재명 대표 사이에 공통 분모를 이루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재밌는 부분입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기사인데요. 쌍방울그룹이 비용을 댄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의 대북교류행사에 앞서 아태협 안부수 회장(구속기소)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現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만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안부수 회장은 구속기소되기 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8년 북측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준비하면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자금 지원을 직접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도와 달라고 했더니 이 부지사가 이재명 도지사를 만나게 해줬고 행사가 바로 추진됐다는 것입니다.

[앵커]
안부수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도 처음인가요?

[기자]
명시적으로는 처음 나온 내용입니다.

[앵커]
어쨌든, 안부수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만난 게 어떻게 김성태 전 회장과의 접점으로도 연결되나요?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윤창원 기자


[기자]
이 것은 두 가지 점을 시사하는데요, 일단 지금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경기도 대북교류 행사는 이화영 부지사 보다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이고요. 이재명 대표가 추진한 행사에 김성태 전 회장의 쌍방울이 수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김 전 회장은 직함은 전 회장이지만 쌍방울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져 있거든요. 행사를 추진했던 이 대표도 거금을 투척한 김 전 회장도 서로를 전혀 모른다고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고요.

실제로 김성태 전 대표는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경기도의 두 번째 대북교류행사에서는 직접 필리핀까지 가서 북한 인사들과 접촉하는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이재명 대표의 양해 없이 가능했겠냐는 것이죠.

[앵커]
그 자리에 안부수 회장도 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이 필리핀 출장 계획을 직접 보고 받고 결재·서명한 게 이재명 대표라는 것도 서류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경기도의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을 연결한 게 안부수 회장이라는 건가요?

[기자]
지금으로선 그렇게 보입니다. 사실 2018년 2019년 대북 행사는 말씀하신대로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김성태 전 회장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 게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던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행정가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민주당에서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대북 교류와 외교력 측면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또 경기도가 주최하는 대규모 대북 교류행사라는 점에서 분명 좋은 호재였을 겁니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매개로 북한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금품을 건네주고 언제건 북한 광물이라는 노다지를 독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윈윈'관계인데도 쌍방울이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는겁니다.

[앵커]
아태협, 안부수 회장이 대신 나타나고 있는거네요?

[기자]
이건 사실 되게 이상한 일이에요. 기업이 소액을 후원하더라도 의미 있는 행사에선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마련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 사안과 관련한 어떤 자료를 펼쳐봐도 쌍방울이 아닌 아태협이 나타나고 쌍방울은 아태협을 뒤에서 후원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쌍방울은 이 행사가 끝난 후에도 안부수 회장을 매우 적극적으로 케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앵커]
어떤 케어죠?

[기자]
(아태협은) 실질적인 수입도 없는 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안부수 회장을 쌍방울 사내이사로 영입해요. 또 아태협 사무실을 쌍방울 본사 건물에 무상으로 입주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금전적 혜택이 되겠죠.

[앵커]
네 향후 취재 내용 더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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