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외벌이 많은 韓…결혼으로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 낮아져

최정희 2023. 1. 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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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경제연구 발간
고소득-저소득자간 결혼, 타국보다 많아
결혼으로 지니계수 0.547서 0.361로 34% 개선
주요국 평균은 0.510서 0.407로 20% 개선에 그쳐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고소득 남성과 저소득 여성의 결혼 등 소득 격차가 있는 남녀간의 결혼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 결혼을 통해 가구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고소득 남녀의 결혼이 매칭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흐름 자체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고소득자간의 결혼, 저소득자간의 결혼이 더 많아진다면 가구 근로소득의 불평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출처: 한국은행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하의 BOK 경제연구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3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대만 등 총 34개국 중 28개국의 지니계수를 비교한 결과 전체 개인의 근로소득(비취업자 포함) 기준 지니계수는 주요국 평균치가 0.510, 우리나라가 0.547로 우리나라의 불평등이 주요국 대비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결혼 등을 통해 가구를 형성하고 그 가구의 근로소득간 지니계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0.361로 개인의 근로소득 지니계수(0.547) 대비 34%나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평균은 0.407로 20.2% 개선되는 정도로 집계됐다. 지니계수도 주요국 평균 대비 더 개선되는 모습이다.

결혼이 어떻게 근로소득의 불평등을 낮췄을까. 보고서를 작성한 박용민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은 결혼을 통해 가구내 소득이 공유되면서 불평등이 낮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이 결혼하거나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이상의 여성이 결혼하는 등 소득에 격차가 있는 남녀가 결혼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부부 근로소득간 상관계수는 0.06으로 0에 가까워 34개국 중 32위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남녀 소득의 상관관계가 아예 없는 수준이란 얘기다. 우리나라도 고소득간 결혼이 적지 않지만 다른 나라 대비 적은 편이다. 소득과 관계 없이 무작위로 결혼 상대를 찾을 경우와 고소득자끼리 결혼할 확률을 비교하면 후자가 전자에 비해 2.2배 확률이 높아 그 어느 소득 계층간의 결혼보다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주요국 평균치는 이 숫자가 3.0배로 더 높은 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뚜렷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결혼 전 배우자의 선택 기준을 봤을 때 취업 여부보다는 교육 수준, 자녀 교육에 대한 적극성을 우선시했을 가능성 또는 결혼 후 가사, 육아를 남편 또는 아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분업화가 강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1인 가구 및 한부모 가구 비중이 각각 14.7%, 4.0%로 주요국(22.6%, 7.4%)보다 낮은 점도 성인 2명 이상으로 가구를 형성했을 때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더 낮아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만약 고소득자간 결혼, 저소득자간 결혼이 많아지고 1인 가구 비중이 주요국과 같아진다면 우리나라의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396으로 종전(0.361)보다 10%나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유럽 수준으로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결혼이 많아진다면 지니계수는 0.417로 15%나 급등한다. 이렇게 된다면 가뜩이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한 상황에서 가구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 순위가 현재 0.315로 주요국 10위 수준에서 3위 수준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롬비아, 미국 다음으로 가장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박 차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결혼 성향이 낮고 1인 가구 비중이 적어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가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다소 높은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과 부족한 정부의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등 불평등 완화 기제를 갖춰 나가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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