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 중간경과를 알려드립니다

한겨레 2023. 1. 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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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편집국에서 지난 5일까지 주요 보직을 맡았던 간부가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사건은 그 자체의 부적절성뿐 아니라 기자의 윤리, 이해충돌 가능성 등 여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창간해 한국 언론사 가운데 처음 윤리강령을 선언하고 기자 촌지 문제를 공론화했던 한겨레에 있어서 ‘도덕성’과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입니다.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과 엄중함을 무겁게 인식합니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법무법인 지향 이상희 변호사와 한겨레 외부 저널리즘책무위원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 진민정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등 외부 인사 4명을 비롯해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 윤리위원장(논설위원실장) 및 노조와 편집국에서 각각 추천한 현장기자 등 13명 위원이 참여하고 있는 진상조사위는 한겨레의 어느 조직에도 보고하거나 간여받지 않는 독립적 성격의 기구입니다. 지난 11일 첫 전체 대면회의에서 위원들은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파악뿐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한겨레 내부 자정시스템을 포함한 구조적 문제까지 파악하는 것 등이 주요 조사 목적임을 확인하며, 그 궁극적 목표는 신뢰 회복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김민정 위원장은 “한겨레의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한국 언론계 전체가 이해충돌의 가능성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언론인의 도덕, 청렴, 공정 의무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상조사위는 지금까지 당사자 및 사내외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및 대장동 의혹 관련 기사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안별 최종 판단이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중간경과와 향후 계획을 최대한 투명하게 알리는 노력이 신뢰 회복으로 가는 길에서 중요하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했습니다. 이에 한겨레 지면을 통해 독자, 주주, 국민들께 보고드립니다.

1. 한겨레 전직 간부의 ‘금전거래’ 및 이해충돌

최근 부적절한 돈거래 등으로 해고된 한겨레 전 간부는 2000년 한겨레에 입사해 △2003년 10월~2005년 6월 △2009년 2월~2010년 3월 △2017년 3월~2018년 10월(법조팀장) 등 세차례에 걸쳐 법조팀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2004년께부터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김만배(58)씨와 알고 지내면서 점점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말합니다. 진상조사위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몇차례에 걸쳐 이 전직 간부에게 대면조사를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해당 간부에 대한 조사는 서면 답변과 추가 질의 등으로 진행됐음을 밝힙니다.

이 전 간부는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정치팀장을 맡고 있던 2019년 3월 김만배씨로부터 아파트 분양을 위해 9억원을 빌리기로 구두약정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계약금과 중도금 납입 시기에 맞춰 모두 5차례에 걸쳐 김씨로부터 8억9000만원(선이자 1000만원)을 수표로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간부는 이와 별도로 2021년 8월 금융권으로부터 잔금대출을 받아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 경비 등을 치르고 빌린 돈 일부(2억원)를 갚았다고 말했습니다. 진상조사위는 등기부등본과 이 전 간부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통장 등을 통해 이를 확인했습니다. 입주 시점(2021년 8월)에 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아 빌린 돈을 모두 갚는다는 게 애초 계획이었으나, 김씨의 제안으로 우선 입주하고 자녀가 학업을 마치는 2023년 초에 상환하기로 했다는 게 이 전 간부가 진상조사위에 답변한 내용입니다. 진상조사위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김씨 쪽 변호사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추가 확인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둘 사이의 돈거래를 여러모로 살펴본 결과, 진상조사위는 정상적인 사인 간 금전거래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9억원이라는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담보도 없었고, 이자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약속하지 않는 등 이해하기 힘든 돈거래입니다. 이 전 간부가 청약할 당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분양금 규모에 비춰볼 때 김씨와의 9억원 돈거래가 없었다면 이 청약은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점에서 진상조사위는 이 전 간부가 비상식적 돈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다고 봅니다. 이는 청탁금지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언론인으로서의 청렴 의무 등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고 판단합니다.

아울러 그가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이후 최근까지 핵심 직책을 그대로 맡고 있었다는 점을 진상조사위는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가 맡은 직책은 기사의 지면 배치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또 김만배씨는 외형적으로는 기자 신분이었으나,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기자들이 많았고, 이 전 간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대장동 사건이 아니더라도, 언론인은 이런 사업자와의 사적 돈거래는 피해야 한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합니다. 따라서 진상조사위는 이 전 간부가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린 것만으로도 심각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더욱이 이 전 간부는 대장동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대장동 핵심 인물과의 돈거래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고, 직책도 유지하는 등 이해충돌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종합할 때, 그는 ‘한겨레 취재보도준칙’의 이해충돌 배제, 금품·향응·편의 거부 조항 및 ‘한겨레신문 윤리강령 실천요강’의 금품 사절 조항 등을 위배했음이 명백하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합니다.

2. 2022년 3월 사내인사 인지

2022년 3월5일 <동아일보>가 8면에 ‘남욱 “김만배,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6억 전달”’이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대장동 사건의 또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을 토대로 한 기사입니다. 기사에 매체 이름이 언급되진 않았으나, 해당 간부의 돈거래 사실이 언론을 통해 처음 노출된 것입니다. 조사 결과, 토요일인 이날 이 전 간부는 담당 부장을 찾아가 이 기사를 보여주며, 그 기사에 나오는 ‘언론사 간부’가 자신이라며, 돈거래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 전 간부도, 이 사실을 들은 당시 담당 부장도 회사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돈거래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 부장은 회사에 자신이 알고 있었던 이런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진상조사위는 이번 사건에서 이때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다고 판단합니다. 진상조사위가 이 부장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이 전 간부는 자신은 김만배씨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으로 알았고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이 부장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때부터는 이 전 간부가 돈의 출처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을 통해 나왔고, 대장동과 관련된 돈임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이상 사인 간 거래라고 주장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둘은 이번 사건이 터질 때까지 10개월가량 회사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담당 부장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2억원이 이미 변제된 점 등으로 미뤄 사인 간 거래라는 그 간부의 설명을 믿었다. 그래도 논란이 있을 거래이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사자가 회사에 신고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겼다”고 말했습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부장이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데에 사적 친분 요소가 작용한 건 아닌지, 이해충돌에 대한 조직의 민감도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를 주의 깊게 계속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또 당시 법조팀에서도 이 기사를 주목하지 않아 별도의 기사보고를 하지 않았고,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이 부장은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해 아무런 취재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또 2022년 5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수수 혐의 재판에서 이 사건과 관련돼 ‘한겨레’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됐으나, 이를 알지 못한 사실도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당시 매체명을 보도한 언론사는 없지만, 재판에서 증인 출석한 남 변호사는 “김만배가 2019년 5월 한겨레 기자에게 집 사줘야 한다며, 자신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3억원씩을 가져갔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진상조사위는 2022년 12월29일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라는 <뉴스타파> 보도에 한겨레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음도 확인했습니다. 매체명이 나오거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론계 문제를 보여줄 수 있는 보도였는데에도 확인취재 등이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3. 한겨레 대응 및 향후 진상조사위 계획

한겨레 인사위원회는 지난 9일 해당 간부에 대해 취업규칙상의 청렴공정 의무와 품위유지 위반, 한겨레 윤리강령 위반, 취재보도준칙의 이해충돌 회피 조항 위반, 회사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의결한 바 있습니다. 이 전 간부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지난 14일 해고가 확정됐습니다. 또 돈거래 사실을 알고도 회사에 알리지 않은 담당 부장은 대기발령 조처했습니다.

진상조사위는 돈거래 사실관계 확인뿐 아니라, 회사에 보고되지 않은 과정, 해당 간부의 기사 영향 가능성 여부, 회사 대응 과정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건 당사자 외에도 대표이사를 비롯해 편집인, 편집국장 등 사내 관련자 14명에 대한 대면조사, 사외인사 5명에 대한 서면·전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직간접적 업무 연관성을 지녔던 관련 간부 및 현장기자 등 66명에게 별도 이메일을 보낸 뒤, 일부에 대해 대면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간부가 대장동 사건 관련 기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증하는 기준도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마련한 뒤, 기사 출고 과정 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겨레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김만배씨와의 접촉 경험 여부를 확인하는 이메일을 전송하는 등 김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한겨레 인사가 추가로 더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제기해왔던 문제에 부합하는 윤리의식과 공정성을 스스로 갖고 있는지, 이번 사안이 벌어지게 된 한겨레 내부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엄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판단하려 합니다. 진상조사위는 모든 조사가 끝난 뒤, 주주·독자·시민들에게 최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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