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뭉칫돈 들어온다"… SK·롯데·다올 자금압박 벗어나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1. 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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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CP금리 안정에 자금시장 다시 활기

글로벌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드는 등 경기 전망이 개선되면서 국내 자금시장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금시장 경색으로 대기업들마저 유동성 우려에 시달렸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회사채 발행 때마다 조 단위 뭉칫돈이 몰리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등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발 빠르게 자산 매각 등에 나선 기업들도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불안감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부진 상황 해소 등이 자금시장 분위기 반전의 마지막 관건이 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연말 연초를 거치면서 6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외화채 발행시장에서 기대 이상으로 흥행하며 25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2차전지 회사인 SK온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말 유상증자로 2조원을 마련하며 배터리 투자자금 마련에 한시름을 놓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 1조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3000억원의 증액 발행에 나섰다.

LG화학(AA+)의 경우 4000억원 발행을 추진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조 단위 뭉칫돈이 몰려들면서 8000억원 규모 발행에 성공했다.

불과 석 달 전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AAA급 한전채가 미달된 것과 비교하면 자금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매니저는 "우량 회사채시장은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작년 말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관련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전체가 나섰던 롯데그룹도 최근 메리츠증권과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그룹의 물산·호텔·정밀화학이 6000억원을 마련하고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 등이 9000억원을 조성해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올 PF 관련 1조2000억원을 상환할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또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에서 빌린 자금들 역시 조기 상환에 나섰다. 롯데건설이 조기 상환을 하면서 롯데케미칼은 다음달까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2조7000억원) 확보에 숨통이 트였다.

롯데건설은 작년 4분기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서 1조1000억원대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PF 관련 지원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부동산 PF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올금융그룹도 지난 17일 알짜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금융지주를 지정하면서 20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양측은 올 1분기 중에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국내 벤처캐피털 1세대인 KTB네트워크다.

다올금융그룹은 또 메이슨캐피탈·리드캐피탈매니지먼트에 자회사인 다올신용정보를 130억원 수준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태국 법인 매각에도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대표는 "부동산 PF 우려가 큰 증권사로 꼽혀온 다올투자증권이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완료하는 등 자구 노력이 이어지며 증권사에 대한 시각도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KT,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수요예측에도 수조 원대의 자금이 몰렸다. 작년 말 6%에 육박하는 금리를 내걸고 자금 모집에 나서야 했던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금리 역시 대폭 낮아졌다. 19일 입찰이 진행된 한국전력의 2년과 3년 만기 채권(한전채)은 각각 3.85%와 3.87%의 금리에 낙찰됐다. 한전채 발행 금리가 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안정됐지만 자금시장의 온기를 비우량채로 퍼져나가게 하는 것은 과제다. 실제로 이번주부터 진행된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경우 일부 미매각이 발생하거나 응모액이 줄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효성화학(A)에는 기관투자자가 전혀 응찰하지 않아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결국 산업은행이 발행 예정액(1200억원)의 상당 부분(700억원)을 떠안았고, 신세계푸드(A+)는 발행액(500억원)을 웃도는 수준(1950억원)의 응모액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 보험사 최고운용책임자는 "정부가 시장 여건을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안정된 상황으로 보인다"며 "다만 올해도 (건설사와 증권사 등) 약한 고리는 한두 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적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3개월간 정부의 전폭적 규제 완화에 힘입어 연말 유동성 위기가 한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터널의 중간 어디쯤"이라며 "고금리의 긴 터널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 터널에 적응하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시장의 체질 개선이 됐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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