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장점보다 단점 훨씬 많아”… 학계선 비판적

김승환 2023. 1. 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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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개특위, 선거제도 개편 공청회
尹 필요성 언급에 논의 급물살
“정치적 대표성 제고 기대 불구
거대정당 과다대표 심화할 것”
2024년 총선에 실제 적용하려면
4월10일까지는 선거법 바꿔야
“일정 빠듯해 비현실적” 지적도
의원정수 확대 놓고 찬반 격론

“중대선거구제를 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계에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이미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입니다.”

1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소위원회(2소위)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다수 전문가들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한 선거구에서 대표를 2명 이상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뜻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현행 제도의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이날 국회 정개특위가 마련한 공청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진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 개정시한은 그 1년 전인 오는 4월10일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관련 전문가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발제자로 공청회에 참석한 문은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구원 전임교수,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뉴스1
전문가들은 당장 중대선거구제가 거대 양당의 독점을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 당선 가능성을 높여 정치적 대표성을 제고하리라 기대하지만, 오히려 거대정당의 과다대표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4·5공화국 때 이미 2인 선거구제를 운영한 바 있고, 일본·대만 또한 과거 중대선거구제를 운영하다 폐기한 걸 고려했을 때 양당 독점 구도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선거 결과가 유권자의 여론이 아니라 각 당의 공천 전략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선거구 내 같은 정당 후보를 여럿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당선권에 들도록 적절히 표를 나누는 게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우진 아주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선거 결과가 민심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공천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라며 “동시에 당내 파벌정치도 심화하고 선거비용이 치솟게 된다”고 말했다.

당장 선거법 개정 시한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일정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현재 254개 지역구를 합쳐야 하는데 법정 시한 전 현역 의원 간 의견 조율이 이뤄질까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대안으로 거론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의견이 나왔다. 본래의 비례대표제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형철 교수는 “비례대표는 직능이나 사회적인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이미 소선거구든 중대선거구든 지역 대표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그걸 더 강화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뉴스1
현재 비례대표 의석이 47개 수준인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도 했다. 장승진 교수는 “하나의 권역에 많아야 비례대표가 10명 남짓 나올 텐데 그게 비례성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본 건 의원정수 확대였다. 이는 현재 300개 의석이라는 한계 안에서는 어떤 대안적 제도도 제대로 구현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승진 교수는 “(현역 의원 이해관계 때문에)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의원 정수를 확대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며 “(일반 대중 상대로) 의원 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게 의원 간 이해관계 조정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형철 교수도 “지역구 의석을 줄이려면 현역 의원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에 의원 정수를 늘려 비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발제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2소위 소속 의원 간 찬반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공청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국민 수용성 때문에 어렵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개혁을 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빠르다는 입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례제 개선 없이 중대선거구제 도입만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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