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 나섰다
건설사들 3년간 1686억 뜯겨
현장 불법행위 2070건 신고
경찰,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건설노조 14곳 전방위 압색
불법행위에 아파트공사 4개월 지연도
단가 올라가 결국 발주처· 분양자 손해
전문가 “勞 자정능력 잃어… 엄정대응을”
건설시장 체질 개선 나서야 목소리도
원희룡 “노조횡포 악순환 고리 끊을 것”
이날 서울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만난 비노조 노동자들은 건설노조의 횡포를 엄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건설노조 갑질에 건설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법을 무시하는 무소불위의 행동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들어주는 일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30년 경력 건설직 노동자 60대 김모씨는 “나는 비노조인데, 건설노조를 보면 노조원을 써달라며 공사장 정문을 가로막고 아침마다 꽹과리를 치기도 한다”며 “이런 행위를 여러 번 보는데 (그때마다) 다른 근로자들은 (제대로) 일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노조 노동자 50대 이모씨는 “노조가 공사 현장에 와서 소장이나 건설사 상대로 (특정) 장비를 써달라고 요구한다”며 “대형 건설사보다 노조가 더 힘이 세다”고 주장했다.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주로 골조업체가 들어오거나 타워 크레인을 쓸 때 노조가 찾아와서 일거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거부하면 연회비나 조합비를 달라고 한다”며 “시장이 노조 상대 비용을 염두에 둬서 전체 단가가 올라가면 결국에 발주처나 분양자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최근 2주간 전국 1489개 건설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월례비 강요 등 불법 행위 2070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 12곳을 통해 진행한 조사에서 A건설은 최근 4년간 타워 크레인 조종사 44명에게 월례비 등 명목으로 38억원을 지급해야 했고, B건설은 공사 현장 한 곳에서 10개 노조로부터 강요받은 전임비로 월 1500만원가량을 지급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월례비는 급여 외 별도로 월 500만∼1000만원씩 지급됐고, 전임비는 노조당 100만∼200만원씩 건네진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행위가 발생한 건설 현장은 수도권이 45.6%(681곳)로 절반가량이었고, 부산·울산·경남권이 34.9%(521곳)를 차지했다. 두 지역에 대한 불법 행위 신고가 80% 집중됐다. 유형별 불법 행위를 보면 타워 크레인 월례비 요구가 58.7%(1215건)로 가장 많았고, 노조 전임비 강요 신고가 27.4%(567건), 장비 사용 강요가 3.3%(68건)였다. 이번 조사에선 118개 건설사가 월례비를 계좌로 지급한 내역 등 입증 자료를 제출해 노조의 부당한 금품요구 피해액을 신고했다. 이들 건설사의 피해액은 3년간 1686억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한 업체에서 적게는 600만원 많게는 5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불법 행위로 인해 공사도 최소 이틀에서 길게는 120일까지 지연됐다. C건설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4개 건설노조가 외국인 근로자 출입을 통제하며 작업을 방해해 공사가 1개월 지연됐고, 수당 지급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집회를 벌여 3개월의 공사 지연이 추가로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라며 노조가 자정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엄정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그동안 문제가 많았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업체들이 경찰에 신고해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강제수사가 과한 조치라는 지적에 대해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발적인 조치였다면 다른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건설노조 건은 이전부터 논란이 됐고 불법 행위가 과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불법을 계속 눈감아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조의 불법 행위만 엄단할 게 아니라 건설시장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노조 건설노동자 60대 박모씨는 “정부가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방법이 잘못됐다”며 “건설노조가 잘못한 건 따지더라도 노조는 노동자를 위한 단체지 악의 근원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자나 다단계 하도급 등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노조가 행동하는 측면도 있다”며 “양면을 모두 보고 정부가 공정한 집행을 해야지 노조를 불법 단체처럼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수사보다는) 구멍 뚫린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한·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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