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쳐다 봐도 알아서 척척”...김대리의 퇴직연금 계좌 상품은
퇴직연금 격전지 TDF 시장
투자자 은퇴 시점에 맞춰
안전 위험자산 비중 조절
TDF규모 1년새 7천억 늘어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17일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8조2233억원으로 전달 대비 428억원 늘어났다. 3개월만의 상승이다.
TDF 설정액은 지난 한 해 월별 기준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8조3078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12월 말 8조1805억원으로 줄었다. 높아진 예금 금리와 펀드 수익률 저조 등이 TDF 설정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TDF 설정액이 증가하고 있는데 업계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연말 연초 성과급과 퇴직금이 지급되면서 TDF 계좌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디폴트옵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직장인들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영하고 퇴직 시 확정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과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디폴트옵션은 개인이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인 DC형과 IRP 가입자의 상품 선택을 유도, 수익률을 높여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DC형·IRP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금을 방치하고 있는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운용을 지시한 방법대로 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 5년 퇴직연금 수익률이 1~2%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자금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는 방안이다.
디폴트옵션 상품이 지난해 말 선정이 마무리된 만큼 6주 뒤인 2월 초쯤 부터 TDF로 대규모 자산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TDF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자산 배분 펀드인 만큼 퇴직연금 운용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295조6000억원. 이중 디폴트옵션 대상인 DC·IRP 적립금은 77조6000억원이다. 2017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퇴직연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DC·IRP 계좌로 흘러 들어가는 돈은 수년 내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사들은 이 시장을 잡기 위해 고객의 입맛에 맞는 TDF 개발·출시에 나서고 있다.
현재 TDF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리드하고 있다. 설정액 기준 점유율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1%를 차지, 2위 삼성자산운용(19%)을 22%포인트 차이로 앞서있다. 이어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순이다.
TDF 시장의 격변을 예고한 건 한화자산운용이었다. 지난해 말 디폴트옵션 최종 승인 과정에서 TDF 기준 한화자산운용은 업계 2위에 오르며 반전을 예고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사업자 대상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하는데, 한화자산운용은 2025년, 2030년, 2035년, 2040년, 2050년 등을 목표로 한 모든 TDF 상품을 승인받았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일반적으로 여러 금융사의 상품이 혼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가령 지난해 11월 정부가 승인한 고위험 상품의 경우 ‘KB국민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에는 ‘KB온국민TDF2055증권투자신탁’과 ‘한국투자TDF알아서 2050증권자투자신탁’, 마지막으로 ‘한화LifePlusTDF 2040증권자투자신탁’ 등 세 상품에 자산을 각각 60%, 20%, 20% 담도록 설계됐다.
한화자산운용은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1, 2차 승인 과정에서 라이프플러스 TDF 모든 빈티지(목표 시점) 승인을 받았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채널연금마케팅본부장은 “지난해 연금솔루션 TF를 만들어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TDF 상품을 분해·결합했다”며 “우리 상품의 장단점과 비교분석을 통해 보수를 낮추고 가성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향후 TDF 시장 선점을 위한 운용사 간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나이별 퇴직연금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DC형이 유리할 수 있지만 은퇴 시기나 연봉 상승률, 향후 승진 가능성 등을 여러모로 따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DC형이 장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하락장과 고금리 시대에서는 DB형이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회사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다면 낮은 연차일 경우 연봉 인상률이 높은 만큼 DB형을 유지하는 게 낫다”면서 “사회 초년생 때는 퇴직연금을 DB형으로 두고 본인의 연봉을 높일 수 있는 자기 계발에 힘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년 차 이상 직장인일 때는 향후 연금 인상 폭이 줄어드는 만큼 자금 운용을 직접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자신의 연봉 상승률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젊었을 때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고위험 투자에, 은퇴 시기가 다가올 수록 안정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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