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이슈에서 학생들에게 엿보이는 성별 고정관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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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2명이 군 가산점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교수 연구진은 학술지 <열린교육연구> 에 실린 '성평등 이슈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입장 분석' 논문에서, 학생들의 이런 의견 밑바탕엔 성별 고정관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열린교육연구>
한 중학생은 "(군 가산점은) 그 사람들(제대군인)이 (군 복무기간) 약 2년 동안 여자들과 어린이, 혹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지킨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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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2명이 군 가산점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수험생은 ‘군 복무를 한 사람은 취업 준비에 뒤쳐졌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수험생은 ‘사회에 진출하면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데 가산점까지 주는 것은 이중 혜택이며, 장애로 군 복무를 못 하는 사람과 여성은 차별을 받는다’고 말한다. 군 가산점제는 정당한 보상일까, 차별일까.
박윤경 청주교대 교수(사회과교육) 연구진이 지난해 서울 지역 중학생 14명과 고등학생 17명을 면접하면서 이런 물음을 던졌다. 이들 중고생 3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명이 군 가산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면접에는 남녀 학생 모두가 참여했다. 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때 과목별로 만점의 5% 또는 3%를 가산해준 군 가산점제는 대표적인 성차별적인 제도로 꼽혀왔다.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여성과 장애인 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각종 선거에 입후보하여 당선될 수 있는 피선거권과 공직에 임명될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도입 40년 만인 2001년 폐지됐다.
박 교수 연구진은 학술지 <열린교육연구>에 실린 ‘성평등 이슈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입장 분석’ 논문에서, 학생들의 이런 의견 밑바탕엔 성별 고정관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중학생은 “(군 가산점은) 그 사람들(제대군인)이 (군 복무기간) 약 2년 동안 여자들과 어린이, 혹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지킨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한 고교생은 “군 가산점제를 부활시키는 조건으로 출산휴가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여성 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제도의 차별적 요소는 돌봄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을 위한 우대 제도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입장을 밝힌 학생들의 주된 논리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둘러싼 학생들의 견해도 반대(20명)가 찬성(8명) 보다 많았다. 이 제도는 공무원 채용 때, 한쪽 성비가 합격자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이 제도가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다”며 성별을 떠나 “오로지 실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능력주의 관점에서 성평등 문제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로 나타난 격차는 정당하다는 인식 탓에 경쟁이 존재하는 환경 자체가 성별에 따라 불평등하다는 사실, 즉 구조적 성차별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종합했을 때 학생들이 성평등에 역진(반대방향으로 나아감)하는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연구진은 “학생들은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여성을 위한 특혜는 불필요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여성을 돌봄 노동 담당자로 전제하는 접근 방식 자체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성 역할을 기대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맥락은 고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성차별 제도로 꼽혀온 군가산점제 등을 다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답변이 이어진데 대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연구진은 성평등 교육의 전환을 꼽았다. 연구진은 “성평등 교육이 ‘성차별은 안 된다’는 당위적인 명제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서로 다른 성의 관점에서 직면하게 될 문제와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달라져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제안과는 다소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성평등’ 등의 용어를 삭제한 새 교육과정(2022 개정교육과정)을 확정했다. 시민사회 진영과 현장 교사들을 중심으로 ‘성평등 교육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 ‘아웃박스’의 김수진 교사는 앞서 “사회의 불평등을 찾아내는 관점을 기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배우는 교육이 성평등 교육”이라며 “성평등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친구와 관계를 맺으며 서로 존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성평등 감수성을 가진 시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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