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침체전망 쏟아지던 美에… ‘연착륙 낙관론’ 솔솔

안상현 기자 2023. 1.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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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지표가 불붙인 ‘美경제 논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역할을 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소속 헤더 부셰이 위원은 요즘 들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일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최대 타깃인 물가를 잡으면서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12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6일에도 그는 로이터에 “연착륙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만 해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던 미국에서 낙관론이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경기 상황과 통화정책 방향을 대변하는 고용·물가지표가 기대 이상의 호조세를 보이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착륙이란 낙관주의가 월가에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연착륙에 불붙인 12월 지표

연착륙 전망에 불을 붙인 건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12월 고용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담긴 12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는 22만3000건 증가해 예상치(20만건)를 웃돌았다. 실업률도 3.5%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져 5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임금인상률은 상승세가 둔화됐다.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6%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5.0%)를 하회하는 등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UBS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호 미국 자산배분 대표는 “연착륙 가능성은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며 “물가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떨어졌고, 노동 시장은 예상보다 더 잘 버텼다”고 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이런 낙관론에 힘을 더했다. 미국의 1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해 전달보다 상승률이 0.6%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 확실히 하락하는 모습을 확인해 준 것이다. BMO 자산운용의 마융유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는 다음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하고 연착륙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비관론도 여전, K자형 회복 전망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비관론이 더 우세한 편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더 커졌다”며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종전 1.9%(6월 전망)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1970년 이후 공식 경기침체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약한 성장률이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경제학자는 물가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들어 “경기 침체가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그가 예측한 올해 경기침체 확률은 70%에 달한다.

연준 역시 올 연말 실업률이 4.6%로 급등하고 실직자가 16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경기침체에 무게를 싣고 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지난 6일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행사에 참석해 “경제 지표에 일부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났지만,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너무 높고 큰 걱정거리”라면서 “연준의 정책 결정권자로서 물가 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설령 연착륙이 이뤄진다 해도 일부 계층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학력·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은 침체를 피하거나 버틸 수 있지만, 저학력·저소득층이나 소기업은 침체를 겪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미 재무부 경제정책차관보를 지낸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팬데믹 기간 쌓은 저축이 바닥난 저소득층은 앞으로 일자리 감소와 완만해진 임금 상승으로 인해 더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이 부족한 소기업들 역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 보스턴 소재 소기업 네트워크 얼라이너블이 소기업 소유주 325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8%가 “보유 현금량이 1개월 이하(버틸 수 있는 기간)”라고 답했다. 재작년 12월 응답률과 비교하면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1분기 지나야 연착륙 여부 판가름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거시경제 전문가인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경착륙은 자칫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연착륙은 국내 경제에도 최선의 시나리오”라며 “연착륙에 힘이 실리면 올해 상반기가 경기 저점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면 하락 중인 국내 경기 역시 하반기에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미국 경제 연착륙이 되레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노동 시장이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시장 예상보다 더 높일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지거나 금리가 높아지면 한국 경제가 버텨야 할 시간이 더 늘어나고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다”고 말했다. 연준의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좋은 시간”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이 아직 크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오 연구원은 “미국 고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경기가 점점 악화되고 있고, 부동산 경기 역시 꺾이고 있어서 연착륙이 쉽진 않아 보인다”며 “1분기는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일 발표한 미국의 12월 ISM서비스업지수는 49.6으로 전달(56.5) 대비 크게 하락했다. ISM서비스업지수가 기준선 50 아래로 떨어진 건 코로나19 확장세가 정점이었던 지난 2020년 4~5월 이후 처음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소비 경기가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는 미국의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ISM 서비스업지수의 급락이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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