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권교체에 좌우되지 않아야…거버넌스 개선 필수" [IT돋보기]
[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공영방송 법 개정을 두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계 발전을 위해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학계 세미나가 개최됐다. 공영방송 관련 법이 더이상 정권 교체에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9일 오후 '공영방송 거버넌스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방송법 개정안 진단 및 제언' 세미나가 서울시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진행됐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지난 16일 방송법 등 공영방송 관련 법 개정안을 법안심사 2소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KBS(한국방송)·MBC(문화방송)·EBS(교육방송) 등의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권 역시 법제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강명현 한국방송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문화적 중추로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공영방송이 지금껏 이에 부합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정파,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지·개편하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다"면서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여야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개편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정치 기조와 무관하게 거버넌스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회를 맡은 정윤식 강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방송계의 시급한 문제를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2가지로 꼽았다. 정 교수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문제는 전통적 과제이자 방송 민주화에 대한 과제이고, 글로벌 OTT 문제는 방송의 산업화와 글로벌화 문제"라며 "현재 방송의 제 1사업자는 유튜브, 2사업자는 넷플릭스, 3사업자는 CJ, 4사업자는 통신사업자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MBC 등은 국가기간방송이 아니라 지방방송 차원으로 전락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비로) 1년에 20조원을 쓴다면, (공영방송인) KBS의 제작비는 얼마일지, (나아가) 과연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지의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거버넌스와 수신료 문제가 해결돼야 한국 방송 패러다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거버넌스와 글로벌 OTT 문제는 하나의 패키지(묶음)으로 레거시 미디어의 존속 발전을 위한 중대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고 관련 입법 현황을 짚었다. 그는 ▲공영방송의 책무성 ▲이사회 구성 방식 등 지배구조 ▲수신료 등 3가지 문제를 다뤘다.
먼저 책무성과 관련해 "공영방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책무가 실질적으로 법상 지정이 되어있지 않다는게 공영방송 일면의 가장 큰 책무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시청자들과 국가가 지정한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에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실제 시청자들은 국가가 규정하고 있는 재난방송 고지의무 등보다 뉴스 보도의 신뢰성을 포함한 실질적 신뢰성을 중시한다는 설명이다.
지배구조에 대해선 "민의 대변 기관이라기보다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에 의해서 주요 정책이 결정되고, 법적 책무가 모두 이 안에 함몰돼 다른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 공영방송의 한계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이어 수신료를 결정하는 방식은 법적 근거가 이미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나 여야 대립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국회 임기가 끝나면 논의가 종료되는 등 문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조정절차 ▲수신료위원회 설치 ▲수신료 회계분리 등 3가지 문제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수신료와 광고비를 회계분리할 것,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독립적 기관으로 운영해 외부에 두되 방통위 내부의 법정 산하 위원회로 둘 것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해외사례 검토와 시사점'에 대해 발제에 나서 독일 공영방송을 주 예시로 들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공민영 이원방송체계를 택하고 있다. 심 교수는 "공영방송은 방송평의회를 두고 주의회에서 정치인들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을 1/3로 줄이고 있다"며 "나머지는 직능단체서 평의원을 파견하는데, 어떤 직능단체가 관여할지도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했다.
심 교수는 또 "평의회가 많기 때문에 효율적 경영을 위해 이사회를 선정, (이사회에서) 실제 업무를 감독한다. 사장이 이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방송 운영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을 세워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가정 하에 중요한 최종 권한 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방송평의회가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해외 사례 소개를 기반으로 "조직문화·사회구성·제도와 사회단체 구성 등에서 독일과 우리나라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우리 식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회 단체의 추천 권한을 선 부여하기보다도 차이점에 대한 분석이 우선시돼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어 "이런 부분이 명확히 구분돼야 이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공영방송과 이사회의 역할 및 기능, 책무에 대한 평가까지 모든 것이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발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이인철 변호사 겸 언론미디어특위 거버넌스 분과위원장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등이 참여해 발제 취지 및 사안의 중요성에 동감했다.
/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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