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주4·3 미신고 희생자 재심 개시 최초 결정

오영재 기자 2023. 1. 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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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제주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희생자에 대해 처음으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증거가 부족해 재심 요건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 검찰에 대해선 비판을 쏟았다.

하지만 A씨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 특별법)'이 정하는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을 받을 수 없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사유를 재심청구인인 A씨 유족 측이 증명해야 하지만, 모두 전문진술뿐이라는 점에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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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제주지법 제4형사부, 형사소송법 재심 청구 희생자 다뤄
70여년 전 국가보안법 위반 2년 유죄…"평생동안 후유증"
검찰 "증거는 없고 어디까지나 진술뿐…형소법 사유 안돼"
재판부 "진술 신빙성 인정…검찰은 4·3 제대로 알고 있나"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법원이 제주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희생자에 대해 처음으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증거가 부족해 재심 요건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 검찰에 대해선 비판을 쏟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1950년 2월28일께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희생자 A씨에 대해 재심을 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1950년 2월28일 당시 23살이었던 A씨는 광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광주형무소에서 수형인 생활을 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A씨는 세상을 떠난 지난 2017년 5월까지 후유증으로 인해 생계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았다. A씨의 자녀들도 연좌제로 인해 진학 및 취업 등에 악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A씨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 특별법)'이 정하는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을 받을 수 없다. 재심청구인인 A씨 자녀들이 타 지역에서 지내다 신청을 하지 못했다.

이에 A씨 자녀들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A씨가 수사과정에서 불법으로 구금됐고, 경찰의 고문 등으로 인해 자백을 강요받은 점을 들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사유를 재심청구인인 A씨 유족 측이 증명해야 하지만, 모두 전문진술뿐이라는 점에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4·3사건 연구나 조사에 의하면 당시 불법구금이나 고문 등 가혹행위가 다반사로 이뤄졌음이 밝혀졌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유족 측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이 사건 당시 A씨가 부모와 함께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1949년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연행돼 고문당했다는 진술 등이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함께 연행된 사람들이 고문당한 모습', '식량을 요구하는 무장대가 두려워 어쩔수 없이 식량을 건넸다'는 진술과 '남로당원에 가입한 적 없다'는 취지의 주장 등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재심청구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대부분의 전후 사정이 일관된다"며 "피고인의 진술 가운데 이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된 '영문도 모른 채 연행됐고, 고문을 당했다'는 부분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재심 개시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당시는 극심한 이념대립에 따른 혼란기로 영장에 의하지 않은 불법연행이나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등이 다반사였다"며 "A씨가 당시 불법구금을 당했고 조사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재심청구인의 구체적인 진술이 존재하고, 제주4·3 연구 및 조사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찰을 향한 비판도 쏟아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처럼 70년이 넘는 과거의 일에 관해 재심 사유를 엄격하게 따질 경우 자칫 재심제도의 필요성이나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검사의 주장은 제주4·3 당시 구체적인 상황은 외면한 채 평상시와 같은 상황이었음을 전제하고 재심 사유가 있는지를 따지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생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 사건에 있어서는 A씨에 대한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사실을 확인할 자료가 현재까지 없음이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없는 자료를 확인하자는 검사의 주장은 무엇을 확인하자는 것인지 혹은 사실조사반에 의한 확인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주장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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