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원자력안전 연구, 효율과 혁신 필요하다
1950년대 원자력 산업이 시작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원자력 확보는 언제나 원자력계의 최우선 과제였다. 세계 최초로 인공 핵분열을 만들어냈던 '시카고 파일-1(Chicago Pile-1) 원자로'에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기 위한 3개의 독립된 체제를 갖추고 있었을 정도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까지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43명의 사망자가 전부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외에 TMI 원전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를 경험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 자체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흔히 그렇게 오해하는데, 원인은 쓰나미로 인한 침수 때문이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원전사고를 본 국민이 원자력 안전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원자력 안전이란 무엇일까. '원자력 안전'이란 말처럼 '안전'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실상 안전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공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안전이란 어떤 산업 설비의 위험에 관해 알려진 객관적 사실보다도 그 설비에 대한 우리의 인식, 선입견 혹은 감성에 좌우되는 부분도 많다. 이 점이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 원자력이 얼마나 안전한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안전'이 아니라 그 설비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리스크(Risk, 위험도)'라는 개념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리스크라는 용어는 '어떤 요인에 의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의미하는데, 계산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리스크 = 어떤 사고의 발생 가능성(확률) x 해당 사고의 영향(피해, 손실)'.
미국은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난 1995년 이래 '리스크 정보 활용'이라는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내 원전의 리스크를 90% 이상 감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리스크 정보 활용이란 안전에 미치는 중요도를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보수는 줄이고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사항은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이를 개선하는데 집중해서 원자력 안전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지구촌은 2030년대 소형모듈형원전(SMR) 시장 선점을 목표로 다양한 원자로가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춘추전국시대다. 국내에서도 경수형, 비경수형, 해양·선박용, 우주용 등 다양한 원자로들을 활발히 개발하는 중이다.
다양한 노형의 원자로들이 생긴다는 것은 안전을 관리하는 규제의 대상이 다양해지고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규제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규제의 효과와 효율을 높여야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안전 연구는 그동안 원자력 기술 자립과 수출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가동 원전 뿐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SMR 개발과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원자력 안전 현안을 마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향후 원자력 안전 연구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이같은 리스크 정보를 적극 활용하여 원자력 안전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높이는 연구를 해야 한다. 리스크 정보를 활용하는 규제에 발맞추어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인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가동 원전의 리스크를 줄이는데 실제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 SMR과 같은 선진 원자로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리스크 정보를 활용하여 원자력 안전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분명히 할 때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줄어들 것이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사회는 없다. 그러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만 하며 지혜로운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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