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니다

신기섭 2023. 1. 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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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입원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겨울철을 맞아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 때문에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는 최근 "영국인들 귀에 익숙한 이야기지만 영국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겨울철 위기로 보건 서비스가 무너지고 있는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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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모폴리턴]

18일 서울시내 한 실내 쇼핑몰에 마스크 의무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즈모폴리턴] 신기섭 |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입원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겨울철을 맞아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 때문에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최근 “영국인들 귀에 익숙한 이야기지만 영국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겨울철 위기로 보건 서비스가 무너지고 있는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호흡기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해서 보건 시스템의 부담이 아주 크다”는 스웨덴 공중보건청의 경고도 함께 전했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에서 코로나19로 숨지는 사람 수는 지난해 초의 4배를 넘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집계를 보면, 스웨덴의 일주일 평균 하루 사망자는 지난 12일 현재(가장 최근 통계) 인구 100만명당 6.8명으로, 마카오(20.1명), 홍콩(9.0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았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 1월 중순(12.5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1월 중순의 1.5명보다는 월등히 많다.

유럽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가장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은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사망자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 두 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는 2021년 1월 중순 각각 1.2명과 0.9명, 지난해 1월 중순 0.8명과 1.6명이었는데, 지난 12일에는 2.3명과 4.3명을 기록했다.

정부의 방역조처 완화와 언론·대중의 무관심 속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는 건,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다. 12일 기준 일본의 100만명당 사망자는 3.2명으로, 2021년 초(0.5명)와 지난해 초(0.02명)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2.2명)와 뉴질랜드(1.7명)도 비슷하다. 한국도 안심할 수준이 못 된다. 2021년 초에는 사망자가 100만명당 0.4명, 지난해 초에는 0.9명이었는데, 12일에는 1.0명을 기록했다. 정부가 방역규제를 완화하면서 무서운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는 중국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처지가 아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입원 환자 규모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스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만9천~2만4천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초나 2021년 초 입원 환자 수와 거의 같은 규모다. 영국도 입원 환자가 1만명을 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7천~9천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입원 환자가 15만명 이상까지 치솟았던 미국도 현재 3만~4만명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세계 평균 백신 접종 완료율이 17일 현재 63.5%에 그치는 걸 고려할 때, 백신 접종 독려만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사무소가 지난 10일 전파력이 아주 강력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XBB.1.5) 확산을 우려하며 대중교통과 실내에서 마스크를 쓸 것을 다시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방역’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2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소중한 가족·친척·이웃, 그중에서도 가장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아직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니다.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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