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산업용·협동 로봇 한계, AI로 극복 ”…빙하기 뚫고 40억 투자 이끌어낸 플라잎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자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도 혹한기가 찾아왔다. 사업 모델(BM)조차 불확실한 스타트업에 ‘성장성’만 보고 과감히 투자하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고, 매출과 같은 확실한 지표를 꼼꼼하게 따지는 투자처들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도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매출이 1억도 되지 않지만 기술 잠재력을 인정받고 40억 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로봇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플라잎(PLAIF)이다.
플라잎은 최근 인텍플러스와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억 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퓨처플레이와 만도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후 약 2년 반만이다. 플라잎은 산업용·협동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 산업용·협동 로봇에 랜 케이블만 연결하면 스스로 판단하며 학습하는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다.
지금도 여러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널리 활용되며 생산 효율을 높여주고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현존하는 산업용·협동 로봇들은 대부분 엔지니어가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동작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시간 지나며 유격이 발생하거나, 생산 제품 혹은 환경이 변하면 이를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의 인건비, 생산 공정 중단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 등 만만치 않은 유지보수 비용이 든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로봇을 적용하고 싶어 하지만 비용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 적지 않다. 미국 벤처 투자 회사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산업용·협동 로봇을 유지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한 대에 최대 약 10만 달러(약 1억 2345만 원) 수준이다. 플라잎은 로봇 AI로 이같은 비용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플라잎은 로봇 도입을 가로막는 기술적 한계도 AI로 풀어내려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가전제품 생산 현장에서는 작은 나사를 조이는 등 섬세한 손 감각이 필요한 작업은 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현존하는 산업용·협동 로봇은 스스로 감각하고 판단하는 대신 엔지니어가 미리 입력한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방식이라 사람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플라잎은 로봇 행동 AI에 강화 학습을 적용해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강화 학습은 로봇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최적의 방법을 찾도록 하는 기계 학습 기법이다. 사람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손에 느껴지는 감각만으로 전원 콘센트에 플러그를 꼽는 것과 같은 동작이 가능한 것처럼, 로봇이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며 최적의 경로를 찾아낼 수 있게 한다. 로봇에게도 사람과 같은 감각을 부여한 셈이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로봇으로는 어려웠던 세밀한 공정도 로봇으로 처리 가능하다고 플라잎 측은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조립 라인을을 공략한다는 게 플라잎의 계획이다. 실제 현재 LG전자와 협력해 가전제품 생산라인에 필요한 AI 로봇 솔루션의 1차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정태영 플라잎 대표는 “한국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데다 젊은 세대는 단순 반복작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 앞으로 제조현장 인력난은 점차 심해질 전망”이라며 “플라잎의 AI 로봇 도입은 제조현장 인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잎은 우선 오는 2월 로봇의 눈, 즉 비전에 AI를 적용한 제품과 솔루션을 먼저 상용화할 계획이다. 로봇과 연동된 카메라를 활용해 물체의 자세를 추정해 집어 들거나(빈피킹), 특정 제품을 선별해 골라내는(피스피킹)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딥 러닝(인공신경망)을 적용해 인식속도가 0.3초 수준으로 빠르고, 비교적 저가의 카메라로도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한 AI 운용을 위한 초기 학습에 드는 시간도 합성 데이터와 군집화를 활용해 3시간 내로 크게 단축했다. 향후 물류 센터나 식음료(F&B)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잎 측은 비전 외에도 로봇의 행동, 감각에 적용할 수 있는 AI도 기술 개발은 완료된 상태이나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최종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UI/UX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제품화가 완료되면 플라잎은 국내외 로봇 제작업체, 노르웨이 AI 3D 카메라 업체 지비드(ZIVID) 등과 협력해 로봇 솔루션에 필요한 카메라, 소프트웨어, 로봇을 고객사 수요에 맞춰 모듈별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인텍플러스는 반도체 생산 공정 등에 활용되는 외관검사전문 업체다. 인텍플러스는 플라잎 기술을 확보해 로봇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텍플러스 측은 “인텍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머신비전 기술과 자동화 경험이 플라잎이 가지고 있는 AI 기술, 로봇 운영 기술과 합쳐지면 시장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텍플러스와 함께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KB인베스트먼트의 이지애 상무는 "고령화와 반복작업 기피 현상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조현장에 일어날 문제"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플라잎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플라잎 정태영 대표는 “스스로 인지, 판단, 제어가 안 되는 현재의 로봇은 진정한 의미의 로봇보다는 단순 기계에 가깝다. 플라잎은 현재의 로봇을 좀 더 로봇답게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로봇을 로봇답게 만들어 제조, 물류, 서비스 영역을 비롯해 가정의 삶까지도 변화시키는 게 플라잎이 그리는 미래”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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