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 "아닙니다"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1. 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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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끼리,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끼리 결혼한다는 통념이 있죠. '결혼식장 갔더니 부자끼리 결혼하더라'는 식의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나누곤 하죠. 느낌은 그럴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예컨대 고소득 남편과 저소득 아내의 결혼처럼 소득 격차가 많은 남녀가 결합하는 사례가 많다는 거죠. 다만 아주 고소득인 경우는 끼리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끼리끼리 결혼, 상대적으로 덜 한다

동질혼이란 용어가 있는데요, 학력이나 직업, 소득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죠.

이 가운데 소득 동질혼, 즉 소득 수준이 비슷한 남녀의 결혼에 대해 한국은행 연구자들이 연구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 작성: 박용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허정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조사역)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리의 소득 동질혼 경향이 주요국에 비해 매우 약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할 거라는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보고서에서는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 간 결혼,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이상 여성 간 결혼 등 소득 수준이 차이 나는 남녀의 결혼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득 동질혼 지수도 이런 경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득 동질혼 지수는 1.16배(무작위의 경우 1.0배)였는데요, 분석 대상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이 수치의 의미를 더 설명하면, 부부의 소득 수준이 같은 가구가 무작위 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비해 불과 16% 많았다는 뜻이라고 해요. 소득 동질혼 지수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 지수는 헝가리,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위 그래프의 맨 왼쪽이 한국입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의 소득 동질성 지수는 평균 1.60배로 나타났다고 하니까, 우리나라 지수가 낮은 걸 확연히 알 수 있죠.

다른 지표도 있는데요, 부부 소득 간 '순위 상관계수'와 '상관계수'도 분석 대상 34개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합니다. 이 말은 소득과 관련해 한국의 결혼 패턴은 무작위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소득 동질혼 경향이 약한 이유에 대해 보고서도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저소득 가구 보조금이 적어서 아내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 고소득 남성은 경제활동에 전념하고 아내는 가사·육아에 전담하는 가구 내 분업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견, 결혼 후 임신·출산 등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때문이라는 의견 등이 있지만 검증된 가설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소득자끼리 결혼" 경향은 확인

하지만 끼리끼리 결혼할 것이라는 통념이 확인된 부분도 있습니다. 부자들끼리 결혼하는 건 비교적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소득이 최고 수준 (보고서에서는 10분위)인 경우에는 소득 동질혼 지수가 2.2배에 달했는데요, 이건 평균 1.16배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거죠.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고소득 남편과 고소득 아내간의 결합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드물지않게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소득 동질혼과 관련한 통념, 즉 예컨대 전문직, 대기업, 공무원 등 소득이 높은 계층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소득계층 내에서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인식이 실제 수치로도 확인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끼리 결혼 역시 다른 주요국의 3.0배보다는 낮은 편이긴 하지만, 고소득자끼리 결혼한다는 통념이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구소득 불평등 완화에 도움

부자들끼리 결혼이 상대적으로 빈번하지만, 전체적으로 끼리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약하다는 건 가구 단위의 소득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소득 동질혼 경향이 강해지면 가구 소득 격차를 벌리고 사회 양극화를 키우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되는데요, 우리는 소득 동질혼 경향이 약하니까 부정적 결과를 차단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가구내 소득 공유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소득 동질혼 강도가 주요국과 같을 경우와 비교하면 가구소득 불평등을 5.6%가량 낮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가구 구조도 소득 불평등과 관련이 있는데요, 소득을 공유하는 가구원의 수가 많을수록 가구내 소득공유의 불평등 완화효과가 커질 수 있죠.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은 가구 구조는 불평등 완화에 불리할 것이고요.

또 한부모 가정의 경우도 빈곤율이 높은 경향이 있으니까 한부모 가구 비중이 커지면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근데 우리나라의 1인 가구·한부모 가구 비중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각각 14.7%, 4.0%였는데요, 이게 주요국 평균(22.6%, 7.4%)보다 낮다고 합니다.

종합하면 남편과 아내의 소득이 비슷한 '소득 동질혼'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1인 가구·한부모 가구 비중도 주요국보다 낮아서 가구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약한 동질혼 경향 등이 소득 불평등 10% 낮춰

그러면 결혼과 가구 구조의 특성이 국내 가구소득 불평등 수준을 얼마나 낮췄을까요?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개인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547로 주요국 평균(0.510)보다 높았지만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361로 주요국 평균(0.407)보다 낮았습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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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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