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회장, 내부 출신 `이원덕 행장` 유력
금융당국 李 행장 지지 알려져
임추위, 27일 2차 후보군 확정
3·4연임 장기집권시대 막 내려
금융지주 회장이 3·4연임을 하며 장기 집권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세대교체 흐름으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물갈이'된 가운데 앞으로도 연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NK금융지주는 1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를 연달아 열고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BNK금융지주는 금융권 CEO 물갈이의 신호탄이 된 곳이다. 전임 김지완 전 회장이 자녀와 관련된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으로 지난해 11월 자진 사임하면서 임추위가 가동됐다.
◇우리금융 롱리스트 8명 확정 =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이 '연임 포기'를 결정하면서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전날 열린 임추위에서는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 8명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사진)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5명이 포함됐다. 외부 인사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3명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2차 회동을 갖고 후보군을 2∼3명으로 줄인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2월 초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우리은행장에 임명됐다. 은행장 경력이 짧지만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과정에서 지주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업무 연속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 덕망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손 회장이 물러나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조직을 조기 안정시키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사실상 이 행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을 거쳐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본인이 고사했다.
◇5대 금융그룹 중 3곳 물갈이= 우리금융도 회장 교체가 이뤄지면서 5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우리·하나·NH농협) 가운데 3곳에서 물갈이가 이뤄지게 됐다.
당초 3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의 최종 면접 자리에서 "세대교체 등을 위해 용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내부 출신인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고,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 자리를 꿰찼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공식 취임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만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2014년 취임한 윤 회장은 3연임에 성공해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첫 임기를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이은 연임 무산은 최근 10여년의 추세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0년(4연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초대 회장은 9년(4연임)간 장기집권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2020년만 하더라도 '금융지주 회장은 최소 3연임이 보장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연임에 부정적인 금융당국=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뒤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수장들의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 사태, 거액 횡령 등 금융권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있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 포기도 금융당국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손 회장은 임추위 당일까지 거취 표명을 미뤘는데, 이사회의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손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용퇴 결정 배경도 비슷하다. 조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 사퇴 발표 후 "사모펀드 사태로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고 회사도 나갔다. 나도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구조만 아니라면 제왕적 금융지주 회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세대교체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지나친 인사개입이 관치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도 금융권에서 3연임 이상을 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국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막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관련한 공정성,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깊이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적극 동참해 의견을 내고, 국회 논의가 있다면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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