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사망자 늘었다... "예방보다 처벌 회피에만 초점" 지적

오지혜 2023. 1.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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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대상 사업장, 전년도 대비 사망자 8명 증가
처벌 회피 중심, 수사 장기화 등 이유로 언급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차질 없이 시행할 것"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022년 1월 2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현대산업개발 시공 구역에 점심식사를 하러 간 작업자들이 벗어 둔 안전모가 놓여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64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보다 5.7% 감소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 대비 8명 늘어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망자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없었던 셈인데, 수사 당국의 사건 처리율이 22.7%에 그치는 등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중대재해로 644명 사망... 중대재해법 효과는 '글쎄'

19일 고용노동부는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중대산업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작업 중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의미한다.

지난해 중대재해는 611건 발생(644명 사망)했고, 업종별로는 △건설 341명 △제조 171명 △기타 132명 등 건설·제조업계의 사망자가 많았다. 2021년과 비교하면 사망자는 39명(5.7%), 사고는 54건(8.1%) 줄어들었다.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가 2022년 12월 20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앞에서 같은 해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 크레인 보수 작업 중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고 이동우씨 사망사고와 관련,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포항=뉴스1

그러나 이를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는 230건(사망자 256명) 발생해, 2021년 대비 사고 건수는 4건(1.7%) 감소한 반면 사망자는 8명(3.2%) 늘었다. 법 시행(1월 27일) 이후만 놓고 보면 중대재해는 210건(사망자 231명)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사고 건수는 9건(4.1%), 사망자는 1명(0.4%) 감소하는 데 그쳤다.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도급 순위 상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19건(사망자 25명)으로 전년 대비 사망사고는 1건 줄어든 반면 사고 사망자는 5명 늘었다.

중대재해 발생이 줄어든 것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이었다. 이들 사업장에선 358건(사망자 365명)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전년 대비 사고는 47건(11.6%), 사망자는 43명(1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생각보다 효과 미미... 로드맵 적용해야"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법 시행에도 중대재해 사망자가 큰 폭으로 줄지 않은 것에 대해 "법 시행 후 현장에서 기업들이 유해요인을 확인·개선해 예방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처벌을 면하는 데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나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장기화로 사업장의 긴장도가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수사가 이뤄진 229건 중 송치 34건, 내사종결 18건 등으로 사건처리율은 22.7%에 불과하다. 송치된 사건 중에서도 11건만 기소됐고, 1건은 불기소, 나머지 22건은 추가 조사 중이다. 최 정책관은 "산업안전보건법은 2021년도 연말 송치율이 63.7%로 (중대재해법과) 차이가 크다"면서 "중대재해법은 수사 대상도 넓고 기간도 132일 정도 걸리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대형사고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한 점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점도 중대재해가 줄지 않은 이유로 거론됐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정부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내놓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차질 없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자기 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 감독체계, 산업안전 컨설팅과 교육, 산업안전 보건법령과 기준 등을 속도감 있게 개편·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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