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중국계 미국인 수학자 '이탕 장', 리만 가설 풀었나?

전하연 작가 2023. 1. 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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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천재 수학자인 주인공이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난제, '리만 가설'에 도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중국계 수학자가 이 난제 해법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나와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수학 동화의 이채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안녕하십니까.


서현아 앵커 

리만 가설은 천재 수학자들이 계속 도전을 하고 있지만 150년 동안이나 풀리지 않은 난제입니다. 


상금이 무려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억 원이 걸려 있는데 어떤 문제입니까?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리만 가설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기도 했는데요. 


19세기 독일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이 제기한 리만 가설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수 이하의 소수가 몇 개 있는지 정확하게 세기 위한 문제입니다. 


8 이하 소수를 생각하면 2, 3, 5, 7로 4개가 있겠죠. 


그래서 리만의 스승인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라는 수학자가 어떤 수 이하에 있는 소수 개수를 세는 소수 정리를 만들었는데 리만은 소수정리의 오차를 보정해 소수 개수를 보다 정확히 셀 수 있는 ‘리만제타함수’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리만제타함수도 여전히 오차를 갖고 있었고 이를 보정하려면 리만제타함수를 0으로 만드는 점,

영점이 복서 평면상에서 일렬로 쭉 늘어져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리만 가설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교수죠.


이탕 장 교수가 논문에서 이 문제를 풀었을 수도 있겠다라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이탕 장 교수가 리만 가설을 풀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장 교수가 이번 논문에서 다룬 문제는 리만 가설이 아닌 '란다우-지겔의 영점 문제'라는 문제였거든요. 


게다가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를 완전히 증명한 것도 아니고 수학적으로 말하면 약하게 증명한 것입니다. 


특정 조건에서만 증명이 성립되도록 풀었다는 말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리만 가설을 풀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건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겁니까?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사실 리만 가설과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는 소수가 갖고 있는 규칙을 탐구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성질이 같습니다. 


아마 헷갈려서인지 해외 언론에 장 교수가 리만 가설을 풀었을 것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그런 이야기가 퍼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둘은 아예 다른 문제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리만 가설과는 다른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 이건 뭔가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이름이 어려운데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는 간단히 말하면 복소 평면에서 란다우-지겔 영점이라는 점이 1 근처에는 없음을 증명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일단 등차수열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요.


등차수열은 1, 4, 7, 10처럼 3씩 커지는 수의 배열처럼 어떤 수를 시작으로 수가 일정하게 커지는 수의 나열을 말합니다. 


이 등차수열에서 소수의 개수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디리클레 함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함수를 0으로 만드는 점이 영점인데, 영점 중 실수면서 1에 가깝게 존재할 수 있는 점이 바로 란다우-지겔 영점입니다.

이 점이 1 근처에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들어보니까 리만 가설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군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네, 맞습니다. 


란다우-지겔 영점이 존재한다면 그 소수 패턴을 탐구하는 여러 식에서 큰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학자가 이미 이 영점이 없다고 보고 있는데 리만 가설을 비롯한 여러 식이 이 과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란다우-지겔 영점이 존재한다면 리만 가설이 틀렸다는 결론이 나오긴 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이 영점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수학자들이 증명하는지 궁금해하실 텐데요. 


수학자들은 당연한 것이라도 엄밀하게 증명해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그러면 다시 이탕 장 교수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장 교수가 이번에 이룬 업적은 무엇인가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앞에서 말한 것처럼 란다우-지겔 영점이 1 근처에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였는데요. 


장 교수는 기존 결과보다 더 많은 범위에서 영점이 없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사실 완벽히 증명하지 못했지만 이 문제는 증명하기가 워낙 어려워서 기존에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없습니다. 


그런데 장 교수가 이번에 해낸 것이라서 이번 결과가 맞는다면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것이 학계의 평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직은 동료 수학자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논문이 대단히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건데 왜 그런 걸까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네, 아마 문제 자체도 중요하지만 논문을 쓴 주인공이 장 교수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수학계에서 장 교수는 인생 역전 스토리로 매우 유명한 스타 수학자입니다. 


2013년 4월 수학계 최고 학술지인 <수학 연보>에 세상에 나온 지 170년이 훌쩍 넘은 난제 '쌍둥이 소수 추측'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때 괄목할 만한 결과를 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장 교수는 무명의 수학자였기 때문에 굉장히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나이가 58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고 또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렸음에도 수학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단숨에 유명해졌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인생 스토리가 있는 수학자네요. 


그런데 장 교수의 어린 시절이 특히 고난의 연속이었다고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네, 맞습니다. 


장 교수는 15살 때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어머니와 시골 농장으로 끌려가서 좀 고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학을 공부하면서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땁니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연구가 가능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곳곳을 전전하면서 샌드위치 가게, 숙박업소, 레스토랑 등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어렵게 벌었습니다.


그래서 집세를 내지 못해 한동안 친구의 차에서도 지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었고 장 교수 스스로는 취업을 위해 자신을 알리는 일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때도 짬을 내어서 도서관에서 계속 수학 학술지를 보면서 수학 연구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런 훌륭한 결과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장 교수에 대한 수학자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먼저 어떤 유명한 수학자의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은데 유명한 수학자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가 한 말이 있습니다. 


'수학은 다른 어떤 예술이나 과학보다 젊은이들의 놀이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젊을수록 수학을 잘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장 교수는 이를 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올해 장 교수의 나이가 무려 68세이거든요. 


그래서 수학자들은 나이, 이력, 국적 등 모든 면에서 수학자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기존 편견을 와장창 깨는 수학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누구나 언제든 어떤 조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수학자인 것이죠.


서현아 앵커 

앞으로 또 어떤 연구를 발표할지도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이 장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모두 소수에 대한 연구예요. 


이 소수가 수학에서 중요한 연구 과제일까요?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네, 그렇습니다. 


소수는 특히 수학 분야 중에 정수론에서 굉장히 중요한데요. 


소수는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자연수를 말합니다. 


자연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소수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은 정수론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소수가 수의 비밀을 갖고 있는 근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소수의 패턴들을 찾기 위해 수학자들이 노력하는 겁니다.


풀리기만 하면 어떤 수 이하의 소수 개수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리만 가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현아 앵커 

소수의 매력은 아무래도 1과 자기 밖에 없는 거죠. 


중간에 다른 숫자로 가를 수가 없는 건데 소수에 대한 연구가 우리 실생활에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습니까?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사실 수학 문제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당장 실생활에 활용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대표적인 현대 암호인 RSA는 두 개의 수를 곱하는 것은 쉽지만 반대로 매우 큰 자연수를 두 개 큰 소수로 소인수 분해하기는 어렵다는 데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암호입니다. 


즉 소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암호라는 건데요. 


그런 점에서 소수의 비밀을 알면 암호를 풀고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만 가설이 증명되면 RSA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살짝 과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리만 가설은 소수에도 규칙이 있다는 게 증명되는 것일 뿐 소인수 분해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또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도 곱한 두개의 소수를 찾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리만 가설이 증명된다면 수학은 물론 양자역학 같은 과학 분야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그 비밀에 다가설 날도 곧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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