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 반복만"

이기범 기자 2023. 1. 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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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학회, '공영방송 거버넌스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방송법 진단 및 제언' 특별 세미나
"어떤 안도 '어떤 정당에 더 유리한가'라는 숫자 계산에 흡수"
지상파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 2017.9.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학계가 비판을 쏟아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야당 주도의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는 정파성과 정치적 후견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이 제시됐지만, 자칫 사장 선임 과정에서 공회전이 우려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방송학회는 오는 1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거버넌스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방송법 개정안 진단 및 제언'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강명현 한국방송학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정파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지, 개편하는 시도가 반복돼 왔다"며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여야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이번에도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개편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가 바뀔 때마다 각 정당이 입장을 달리하며 논의가 공회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KBS, MBC, EBS 이사회의 이사 수 현재 9~11명에서 21명으로 확대해 정치권, 특히 여권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골자다. 또 사장은 100명의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하도록 했다.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4명,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별 2인씩 6명을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이사회를 21명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집단의 이사 추천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사장 선임은 이사회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또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구성한 100명의 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에 나선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정파성 배제를 위해 대표성, 전문성, 이사 수에 집중된 이사회 구성 △중립지대 이사, 방송 관련 직능단체, 언론 및 미디어 학회, 사측 구성원 등 다양한 추천 기관에 의한 선택의 폭 확대 등을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직능 단체의 문제, 방송 전문가 중심의 이사진 구성으로 경영, 회계 분야 전문가, 시민 이사가 부재하다"며 "정부 교육 분야보다 사적 교육 분야 이사진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장 선임 과정에서 특별 다수제를 적용한 점에 대해 "정파성과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면서도 "특별 다수제는 자칫 결정의 보류와 공회전의 우려가 있으며, 사장추천위원회는 또 하나의 극단적인 이념적 분열이나 인기인에 대한 맹목적 투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방송학회는 1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거버넌스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방송법 개정안 진단 및 제언'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2023.1.19/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한국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논의는 그 자체로 정치 병행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여당과 야당이라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관행을 넘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추천 방식에 대한 어떤 안도 '어떤 정당에 더 유리한가'라는 숫자 계산에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미디어특위 거버넌스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철 변호사는 "민주당 당론인 (방송법) 개정안은 독일 제도를 차용한 형태인데 우리 현실과 맞는지 논란과 제도의 정합성 문제가 있고, 현 상황 유지의 조합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개정안이 갈등의 중심에 있는 공영방송 거버넌스의 궁극적인 해결책일지는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지형을 고려할 때 독일의 제도가 우리나라 공영방송에서 제대로 정착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국가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의식도 다르고, 정치 제도나 방송 시장 구조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 체계가 정치 후견주의의 핵심적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실행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결정을 뒤엎는 명백한 월권"이라며 향후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을 예고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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