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만성기침···감기약 '약발' 안 받는 이유 있다
상기도기침증후군·기침형 천식
위식도역류질환이 3대 원인 꼽혀
성대 경련 '후두기능이상'도 늘어
후두내시경 통해 조기 치료해야
오진·약물 오남용 등 줄일 수 있어
#대학생 서경제(22·가명)씨는 4년째 기침을 달고 산다. 처음에는 '감기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강의 도중이나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기침이 멈추지 않을 때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발작적으로 나오는 기침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낮에도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커졌다.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사이 처방받는 약의 가짓수는 하나둘 늘어났다. 중증 천식 환자에게 처방되는 생물학적 제제까지 써봐도 차도가 없자 지인의 소개로 서울아산병원 천식알레르기센터를 찾은 서 씨.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면담을 통해 그간의 병력을 확인하고 몇 가지 검사를 거쳐 ‘후두기능이상(laryngeal dysfunctio)’이란 진단을 내렸다. 4년 가까이 끊이질 않았던 기침의 원인은 후두(larynx), 정확히는 ‘성대(vocal band)’에 경련이 발생한 탓이었다는 것. 마침내 기침의 정확한 원인을 알게 된 서 씨는 음성 병리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호전됐다. 이후 생물학적 제제를 중단하고, 경증 천식 치료 수준까지 약물을 줄여나가고 있다.
후두 내부 좌우 양쪽에 위치하는 성대는 소리를 내거나 숨을 쉴 때 움직여 발성을 하거나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발성기관이다. 그런데 성대의 기능적인 이상으로 호흡하는 동안 비정상적으로 성대가 좁아지면 천명음, 가슴답답함, 호흡곤란, 협착음, 기침 등의 기도폐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 오랫동안 기침을 지속한 환자들 중에는 천식으로 잘못 진단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 있을 때 발작적 기침이 찾아오고 심할 때면 가슴 답답함과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양상이 천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원인을 모른 채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며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천식을 포함해 3~4가지 진단명을 갖고 있다"며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증상 완화 효과를 보려면 기침의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기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기침은 유해물질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폐와 기관지의 해로운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신체방어 작용이다. 하지만 심한 기침은 수면을 방해하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기침 자체만으로도 호흡곤란, 가슴통증, 체중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잦은 기침으로 인후두 부위 점막에 상처가 생겨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결핵이나 폐암 같이 심각한 질환에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게 된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뒤로는 공공장소에서 '콜록' 소리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
의학적으로는 3주 이내에 호전되는 기침을 ‘급성 기침’, 3~8주 이하 이내 호전되는 기침을 ‘아급성 기침’,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만성 기침’으로 분류한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기침은 대부분 3주 이내에 좋아진다. 그에 반해 만성 기침은 흔한 편인데도 치료가 쉽지 않다. 비염·부비동염·천식·위식도역류질환·기관지염 등 원인 질환도 매우 다양하다. 서울아산병원 천식알레르기센터가 만성 기침클리닉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현장 수요 때문이었다. 실제 기침클리닉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짧게 수 개월부터 길면 10년 넘게 원인 모를 기침에 시달렸다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만성 기침의 3대 원인은 △상기도 기침증후군 △기침형 천식 △위식도역류질환이다. 최근에는 후두기능이상이 만성 기침의 원인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중증 천식 환자의 절반 가량이 후두기능이상을 동반한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다. 일찌감치 만성 기침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송 교수는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유발후두내시경검사를 선제 도입했다. 유발후두내시경은 진료지침에 따른 기존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만성기침 환자에게 자극을 유발해 후두내시경을 시행하는 검사법이다. 후두의 비정상 움직임 또는 폐쇄로 인한 만성 기침을 감별·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송 교수는 "기침 자체는 가벼운 증상처럼 여겨지지만 자칫 다른 증상으로 오진돼 불필요한 약물을 복용하다 보면 다른 신체기관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임의로 방치하며 병을 키우기 보단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편이 좋다"고 당부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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