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한국형 모범생 챗GPT

정현정 2023. 1.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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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놀이를 알 것이다.

한 사람이 어떤 사물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면 다른 사람이 스무 가지 질문으로 상대방 마음속 사물을 정확히 알아맞히는 놀이다.

챗GPT는 놀랍게도 많은 질문에 상당한 수준의 정확한 답을, 그것도 인간의 언어로 찾아준다.

하지만 챗GPT가 나에게 질문하도록 아무리 유도하고 요청하고 애걸해 봐도 챗GPT는 그저 "As an AI, I do not have"(AI인 나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선호는 없어서)라는 답만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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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놀이를 알 것이다. 한 사람이 어떤 사물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면 다른 사람이 스무 가지 질문으로 상대방 마음속 사물을 정확히 알아맞히는 놀이다. 어렸을 때는 겨우 스무 번으로 상대방 마음속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일이다.

스무번 질문을 하고도 못 알아맞히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예, 아니오' 질문 하나면 흰 공과 검은 공을 구분해 낼 수 있다. 두 번 질문이면 넷, 세 번이면 여덟, 네 번이면 열 여섯 가운데 하나를 알아낼 수 있다. 2의 몇 제곱 문제다. 2의 20제곱은 100만도 넘는다. 사람 마음속 사물의 수는 아무리 많아도 100만 가지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반분하는 질문 20개면 사물 100만개 정도는 식별이 가능하다.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하는 이진검색의 기본 원리다.

챗GPT는 놀랍게도 많은 질문에 상당한 수준의 정확한 답을, 그것도 인간의 언어로 찾아준다. 하지만 챗GPT가 나에게 질문하도록 아무리 유도하고 요청하고 애걸해 봐도 챗GPT는 그저 “As an AI, I do not have…”(AI인 나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선호는 없어서)라는 답만 되풀이한다.(가끔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는 답하기 놀이를 할 범위를 정하려 한다) 그러므로 챗GPT는 답 잘하는 답GPT다.

한국 학생의 가장 큰 특징은 '질문 없음'이다. 챗GPT는 학원가에서 입시문제 풀이에 최적화된 한국 모범생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질문 능력이다. 의아해 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특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 능력은 질문 능력에 달렸다. 답GTP 교육은 시키는 일만 잘하게 하려는 것일 뿐 스스로 문제를 찾고 기획하고 해결하라는 교육은 아니다. 답GPT의 엄청난 성능은 한국 주입식 교육에 큰 자극이 될 것이다.

많은 학생을 인터뷰했다.

종이 시험은 백과사전적 지식을 확인하기에는 효율적이지만, 학생의 지식 깊이나 고민은 알 수 없다(수학과 기하 문제 풀이는 예외다).

내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학생 스스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을 골라서 답하게 한다. 나는 학생이 답한 내용 가운데 자신이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했는지를 확인할 다음 단계의 질문을 한다. 첫 질문에 멋지게 답한 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답에 대한 추가 질문에 당황한다. 첫 답변은 말솜씨 좋고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춘 학생이 유리하다. 두 번째 질문은 자신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한 답인지 구분한다. 세 번째도 두 번째 답한 학생의 내용에 대해 그 깊이를 들여다본다. 세 번째까지 답한 학생은 극히 훌륭한 학생이고, 합격이다. 대부분은 두 번째 단계면 말꼬리가 흐려진다. 세 번째까지 답한 학생에게는 자신이 파악한 그 내용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질문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질문까지 의미가 있으면 그 학생은 천재임에 틀림없다.

알파고 제로는 학습용 데이터 없이 영 지식 상태 강화학습으로, 제로끼리 '다음 답'을 두고 그 '다음 답'을 두는 '동반진화'로 바둑공간을 정복했다. 바둑공간은 질문이 필요 없는 닫힌공간이므로 '다음 답'을 탐색하는 '연산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열린공간 '대화'에는 '질문능력'이 더 중요하다. 닫힌공간 알파고 제로끼리는 가능하던 '동반진화'가 챗GPT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열린공간에서의 동반 진화에는 질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챗GPT 1과 챗GTP 2가 서로 대화하면서 자신들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가는, 우리가 대화 또는 토론형 수업이라 부르는 동반 진화 말이다.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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