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43조 대기 자금시장 '훈풍'
석달만에 안정 찾아
비우량채 불안은 여전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한 'AAA급' 회사채 발행마저 막힐 정도로 '발작'을 일으켰던 국내 자금시장이 시장 안정 조치 이후 석 달 만에 안정을 되찾고 있다.
가파르게 진행됐던 각국의 금리 인상 레이스에 끝이 보이는 데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경기 낙관론이 예상보다 빠르게 고개를 들면서 자금시장에 훈풍이 부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위험 요인은 남아 있지만 시장 전반의 유동성 고비는 일단 넘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매일경제가 분석한 결과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등을 위한 정부의 긴급 지원 자금 '50조원+α' 가운데 석 달 동안 실제 집행된 돈은 약 15조7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자금 수요가 예상을 밑돌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정책자금은 4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 자금이 긴급 투입된 이후 투자심리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기관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고, 이로 인해 유동성 선순환이 이뤄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 만큼 금리 인상 우려가 잦아든 것도 원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하반기 시장을 괴롭혔던 금리 인상 우려가 덜어졌고, 전쟁 중인 유럽의 회복,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 등이 심리를 개선시켰다"며 "작년처럼 시장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이 해빙 무드에 접어들면서 반도체·2차전지 등 향후 2~3년간 투자 수요가 많은 SK그룹의 경우 연말연시에만 국내외에서 6조원이 넘는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자산 매각과 그룹 내 자금 수혈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고비를 넘긴 곳도 늘고 있다. 롯데건설은 그룹과 증권사 참여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지원펀드를 마련했고, 다올그룹도 계열사 매각을 통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금융당국은 지원 여력을 비우량 회사채 등에 집중해 자금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금시장 전반이 개선됐지만 A급 이하 회사채와 증시에서 중소형 공모주는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복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가운데 6조4000억원이 방파제로 남아 있고, 필요한 경우 9조원 추가 집행이 가능하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회사채, CP 매입 여력도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증권·건설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김명환 기자 / 강봉진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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