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연극 ‘오펀스’
김은정(외부기고자) 2023. 1. 19. 17:56
진심이 담긴 작은 지지
이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라일 케슬러의 작품이다. 1983년 LA에서 초연,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두었다. 세상과 단절돼 살아온 고아 형제, 형 트릿과 동생 필립이 어느 날 50대 중년의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해, 내면 깊이 상처를 지닌 세 인물이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며 점차 가족이 되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필라델피아의 낡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형 트릿은 좀도둑질로 동생을 보살피며 아버지 역할을 한다.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버림으로 상처받은 트릿. 그는 동생에 대한 강한 보호심, 그리고 버림받는 두려움에 필립이 문맹으로 순수하게 살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지나간 유년 시절에 동생을 가두어 그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다. 동생 필립은 형이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러 나가도 자신은 결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알레르기 반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그는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필립은 TV 시청과 신문에 실려 있는 낱말 맞추기, 그리고 오래된 책의 단어들에 밑줄을 치며 형 몰래 은밀한 학습을 한다. 어느 날, 트릿은 술에 취한 중년의 해롤드를 데리고 온다. 그의 가방에서 무려 100만 달러의 주식과 채권을 보고 그를 인질로 몸값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롤드는 시카고의 유명한 갱스터다. 술에 취한 해롤드는 본인 역시 고아라고 말한다. 트릿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해롤드는 밧줄을 풀고 필립을 설득해 안심시킨다. 집으로 와 이를 본 트릿이 흥분하자 해롤드는 총을 꺼내 제압한다. 2주 후, 해롤드와 두 형제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되고, 세 사람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빠져들며 점차 가족이 되어간다.
고아 형제와 고아 출신 해롤드의 괴상한 동거.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고 서로 잊지 못할 기억의 공유점이 전혀 없는 형제와 해롤드는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준다. 무심코 어깨를 툭 치는 해롤드의 가벼운 행동이 형제에게는 이 세상에서 처음 받아보는 ‘격려이자 지지’인 것처럼. 해롤드는 일찍 세상에 나온 트릿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필립에게는 문 밖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풍부한 경험의 중년 남자가 이제 세상에 나서는 젊은이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1막이 끝나면 스태프들이 무대에서 2막의 무대를 새롭게 꾸민다. 그 과정도 재미있고, 특히 모든 역할이 ‘젠더 프리’로 진행돼 여배우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초연부터 연출을 맡은 김태형 감독은 “우리는 격려받을 가치가 있다.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픔을 극복하고 격려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심이 담긴 작은 지지와 격려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힘들고 외롭지 않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기간: ~2023년 2월26일
티켓: R석 6만6000원, S석 4만4000원
시간: 평일 7시30분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2시, 6시
출연: 해롤드 – 남명렬, 박지일, 추상미, 양소민 / 트릿 – 최유하, 손지윤, 박정복, 최석진 / 필립 – 최수진, 현석준, 김주연, 신주협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레드앤블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4호 (23.1.24, 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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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감각과 감성을 위한 연극(『뉴욕타임즈』)’,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극적이다(『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오펀스’에 대한 언론의 평이다. 이 짧은 평에서도 극의 중심이 ‘인간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2017년 초연과 2019년 재연 이후 3년 만의 강렬한 귀환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라일 케슬러의 작품이다. 1983년 LA에서 초연,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두었다. 세상과 단절돼 살아온 고아 형제, 형 트릿과 동생 필립이 어느 날 50대 중년의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해, 내면 깊이 상처를 지닌 세 인물이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며 점차 가족이 되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필라델피아의 낡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형 트릿은 좀도둑질로 동생을 보살피며 아버지 역할을 한다.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버림으로 상처받은 트릿. 그는 동생에 대한 강한 보호심, 그리고 버림받는 두려움에 필립이 문맹으로 순수하게 살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지나간 유년 시절에 동생을 가두어 그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다. 동생 필립은 형이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러 나가도 자신은 결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알레르기 반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그는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필립은 TV 시청과 신문에 실려 있는 낱말 맞추기, 그리고 오래된 책의 단어들에 밑줄을 치며 형 몰래 은밀한 학습을 한다. 어느 날, 트릿은 술에 취한 중년의 해롤드를 데리고 온다. 그의 가방에서 무려 100만 달러의 주식과 채권을 보고 그를 인질로 몸값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롤드는 시카고의 유명한 갱스터다. 술에 취한 해롤드는 본인 역시 고아라고 말한다. 트릿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해롤드는 밧줄을 풀고 필립을 설득해 안심시킨다. 집으로 와 이를 본 트릿이 흥분하자 해롤드는 총을 꺼내 제압한다. 2주 후, 해롤드와 두 형제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되고, 세 사람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빠져들며 점차 가족이 되어간다.
고아 형제와 고아 출신 해롤드의 괴상한 동거.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고 서로 잊지 못할 기억의 공유점이 전혀 없는 형제와 해롤드는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준다. 무심코 어깨를 툭 치는 해롤드의 가벼운 행동이 형제에게는 이 세상에서 처음 받아보는 ‘격려이자 지지’인 것처럼. 해롤드는 일찍 세상에 나온 트릿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필립에게는 문 밖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풍부한 경험의 중년 남자가 이제 세상에 나서는 젊은이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1막이 끝나면 스태프들이 무대에서 2막의 무대를 새롭게 꾸민다. 그 과정도 재미있고, 특히 모든 역할이 ‘젠더 프리’로 진행돼 여배우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초연부터 연출을 맡은 김태형 감독은 “우리는 격려받을 가치가 있다.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픔을 극복하고 격려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심이 담긴 작은 지지와 격려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힘들고 외롭지 않다.
Info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기간: ~2023년 2월26일
티켓: R석 6만6000원, S석 4만4000원
시간: 평일 7시30분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2시, 6시
출연: 해롤드 – 남명렬, 박지일, 추상미, 양소민 / 트릿 – 최유하, 손지윤, 박정복, 최석진 / 필립 – 최수진, 현석준, 김주연, 신주협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레드앤블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4호 (23.1.24, 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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