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공청회 “중대선거구 단점 상당”···“의원 수 확대” 제안도
“중대선거구제 만능 아냐”···신중론 나오기도
“비례의석 확대가 관건···필요시 의원 수 확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 개편 방향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선거구 크기 등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뚜렷하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개특위는 19일 국회에서 선서제 개편을 위한 전문가 공청회를 열었다. 정개특위에 상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격 병합심사하기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양극단의 정치’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가 대형 과반 정당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장점이 있지만 사표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데다 양당제가 고착화돼 정쟁만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승진 국민대학교 교수는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협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두 정당만 정치적 자원을 독점하니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대안이 되고 따라서 잘하지 않고 상대만 비판해도 이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교수 역시 “현행 선거제도는 소수의 다수화”라며 “30~40%의 득표율로 50~60%의 의석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문은영 선거연수원 교수는 “선거제도를 평가할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점은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선거구제의 장단점을 각각 짚으며 신중한 논의를 주문했다. 장 교수는 “중대선거구제가 이론적으로 소선거구제에 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1000개 넘는 선거구의 절반 이상이 3인이상 선거구였음에도 양당 의원 비율이 94%에 달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다당제가 가능한 정치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그렇다고 다당제가 작동할 수 있을만큼 한 선거구의 크기를 키워버리면 지역과 당선자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라며 “10인 선거구의 경우 인구가 200만 명이어야 할텐데 그럼 한 개 광역자치단체가 한 개 선거구가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양당제를 다당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인지 대단히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 역시 “우리나라도 4·5 공화국 당시 2인 선거구를 도입했다 폐지한 역사가 있고 일본과 대만도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했다가 2000년대 들어 다시 선회했다”라며 “중대선거구제가 사표를 줄인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더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저는 (중대선거구제에)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행 선거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필요하다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 교수는 “선거제 개혁과 무관하게 선거구 조정을 하는 것도 법정시한 안에 합의될 지 의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해 지역구 의석 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의원 총 수를 늘리며 비례 의석 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표의 등가성 유지를 위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성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비례대표제가 작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비례의석수가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의원 총수를 300명으로 고정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역 정치인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으므로 차라리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이다. 김 교수도 “지역구 수를 줄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라며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장 교수는 “한 권역당 많아야 10석 정도 배분될 수 있는 상황에서 권역별로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얼마나 소수정당에 의석이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역구 의원이 존재하는데 비례대표를 지역과 연계시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역구 의원이 있는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직능별 대표성과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인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대표성을 더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교수와 김 교수는 비례대표제의 정당 득표율 연동 정도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장 교수는 “준연동형을 완전연동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비례성이 그렇게 강화되지 않는다”라며 “완전연동형의 경우 초과의석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1대 총선에서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며 “비례의석을 늘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의 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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