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출국 전 외교부 자료에 '유사 발언'…韓-이란 '맞초치'
핵개발 전력,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공개처형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 UAE(아랍에미리트)의 '최대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이 우리나라 정부의 이란-UAE 간 양자 관계에 대한 인식과 접점을 맺는 측면이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이란 측에서 나온 성명, 행보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발언을 이란 측이 70억 달러 규모로 알려진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 문제 등을 풀기 위한 패로 활용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란 정부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시해 주 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招致)하자 우리나라 정부는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외교부 공개자료상으로는 UAE의 대(對) 이란 관계에 대해 '적'이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위협'은 명시된 상태다.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순방 출국 나흘 전인 10일 홈페이지에 올린 '2023 UAE 개황' 자료집에서 UAE의 대 이란 관계에 대해 "이란의 역내 패권국 및 핵보유국으로 부상하려는 야망,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세력확장시도,왕정을 무너뜨린 혁명세력이 이끄는 정치체제, 이란과의 3개 도서(Greater Tunb, Lesser Tunb, Abu Musa)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이라고 기술했다.
다만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는 측면도 함께 서술했다. 이란에 대해 'UAE의 적'이라고 명시적으로 기술된 부분은 없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고 밝혔다. 사전적으로 '안으로 불러 들임'이라는 의미인 초치는 상대국 정부 외교관을 불러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절차로 항의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
조 차관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 들인 것은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담당 차관이 이란 현지에서 윤강현 주이란 대사를 초치한 이후 시점이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는 홈페이지에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한국 대통령의 간섭하는 발언들(meddlesome comments)이 이어져 이란 주재 한국 대사가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 담당 차관(레자 나자피)에 의해 초치됐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성명을 보면 나자피 차관은 한국이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며 한국 내 이란 자산이 동결된 상황도 언급했다. 동결 자산은 미국의 이란 핵개발 관련 대 이란 제재에 따른 것이다.
동결 자산에 대해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도 이날 조 차관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던 것으로 안다"며 "이란 측의 기본 입장은 동결된 자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 차원의 계속적인 노력을 당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란 외무부는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더 문제가 심각해져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했던 발언도 문제시했다.
이란 외무부는 나자피 차관의 발언에 대해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언급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해명을 요구했다"고 했다. 반면 임수석 대변인은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는 취지로 한 것"이라며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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