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주년 특집_인터뷰]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인생이 행복하려면 인생 3막이 찬란해야”

정혜선 기자 2023. 1.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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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늘어나, 생애주기 4기에 맞춰 삶 설계해야
은퇴 후 맞이하는 삶은 ‘인생 3기’에 해당돼
전문 능력 갖춘 시니어, 경력 활용 못하는 재취업 현실 안타까워
‘프로커넥트’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시니어 전문가 연결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사진=정혜
[서울경제]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하면 흔히 전문가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아닐까요.”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는 전문 능력을 지닌 시니어들이 은퇴 후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전혀 다른 분야에 재취업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재취업하거나 전직한 시니어들이 ‘행복’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시니어들이 자신의 경력을 살려 필요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일을 하기로 한 이유다. 그렇게 써드에이지의 ‘프로커넥트’사업이 시작됐다. 써드에이지는 시니어의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지혜드림’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 대표가 써드에이지를 창업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누구든지 자신의 써드에이지 즉, 인생 3막을 풍요롭게 보냈으면 해서다. 시니어들의 인생 3막을 응원한다는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다. 현재 운영 중인 써드에이지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인생 3막은 첫 번째 은퇴를 경험한 흔히 액티브 시니어나 욜드(YOLD)라 불리는 분들이 해당하는 시기다. 한 설문조에 따르면 사람이 이 시기를 가장 찬란하게 보내야 인생이 행복했다 느끼더라. 우리는 인생 3막을 응원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 사명을 ‘써드에이지’라 지었다. 실제로 이 시기의 시니어를 응원하기 위해 ‘포에버 영 프로젝트(Forever Young Project)’란 구호를 쓰고 있다.”

- 보통 인생을 전반과 후반을 나눠 이야기하지 않나. 인생 3막은 조금 낯선 표현이다.

“그럴 수 있다. 기대 수명이 짧았을 때는 인생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인생 전반에 고생했으니 후반에 즐기세요’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어서 120세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나.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래스렛은 생애주기를 4단계로 나눠야 한다고 하더라. 여기서 1기는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배움의 시기이며, 2기는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가 활동하는 시기다. 3기는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단계로 흔히 은퇴 후라고 보면 된다. 4기는 노화의 시기로 아기처럼 다시 돌봄이 필요한 시기다. 이 생애주기의 특징은 나이로 그 주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데 있다. 3기를 잘 보내면 4기가 오는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이유다.”

- 인생 3막에 주목한 써드에이지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현재 써드에이지는 ‘지혜드림’과 ‘프로커넥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혜드림은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부모님께 성분이 좋은 먹거리를 찾아 주다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당뇨와 고혈압 약을 함께 먹으면 입맛이 없어 끼니를 거르게 되더라. 끼니를 저르다보니 저혈당 쇼크가 와 항상 주머니에 사탕과 초코릿을 넣어다니시더라. 그걸 보면서 성분이 좋은 설탕을 만들게 됐고, 현재 지혜드림은 프로폴리스와 배, 도라지 농축액 등을 이용해 만든 사탕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 현재 주력 상품이 사탕 하나인가.

“맞다(웃음). 아무래도 이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사탕을 직접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사탕뿐 아니라 엄마가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로 라인업을 더 갖추고 싶다.”

- 프로커넥트에 대한 설명도 해달라.

“시니어들 중 전문적인 능력과 지식이 있음에도 은퇴했다는 이유로 이 경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 마지막 직장에서 금융사와 컨설팅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일을 했었다. 그러면서 50세 이상의 전문가들을 많이 봐왔던터라, 국내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시니어들을 그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프로커넥트’다.”

이미지=써드에이지

- 2021년에 설립 후 이제 3년 차가 됐는데, 그 사이 프로커넥트 사례가 많이 생겼나.

“정확히 말하면 이제 1년 8개월이 됐다(웃음). 프로커넥트 사례는 지금까지 10건 정도 된다. 예를 들어 중국 수출을 준비하는 시니어 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전문가 연결을 요청하면, 중국 수출 시니어 전문가와 연결된다. 이렇게 연결이 되면 한 달이나 두 달씩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게 된다. 연결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 프로커넥트 연결은 어떻게 진행되나.

“온디맨드(On-Demand)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조건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적합한 시니어를 찾기 시작한다.”

- 그러려면 가능한 많은 시니어 전문가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내가 창업 전 6년간 일했던 전문가 연결 플랫폼을 통해 알고 있는 시니어 전문가만 2만 명이 넘는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 많아진다. 그런데도 딱 맞는 시니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럴땐 전문가 연결 플랫폼에서 썼던 방식으로 적합한 분을 찾기 시작한다.”

-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특히 전문 능력을 지닌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곳이 많은데, 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음···. 내 생각에는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써드에이지는 다른 시니어 기업과 경쟁해 우위를 두려는 기업이 아니다. 물론 길을 찾는다면 써드에이지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지만, 시니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싶다. 그럴 때 더 큰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차별화는 ‘연결(브릿지)의 힘을 믿는다’는데 있다. 두 번째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일하며 쌓은 해외 네트워킹이다. 써드에이지는 궁극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을 시니어 산업을 연결하고 싶기 때문에 해외 네트워킹은 아주 중요한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시니어와 관련된 것을 국내외에 많이 알리고 싶다.”

- 최근 시니어 관련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카이스트 동문들과 ‘에버그린’이라는 소모임을 운영 중이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통해 시니어와 관련된 세미나를 연다. 최근 이 모임에 20~30대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부모님이 바빠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 할아버지가 늙어 겪는 어려움이 와 닿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하더라. 이들처럼 시니어들이 겪는 문제가 남 일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주변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겨나는 듯하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사진=정혜선

- 올해 써드에이지의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는 아무래도 프로커넥트 사업에 집중할 듯하다. 현재 개발도상국에 시니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 일을 집중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하반기 중 ‘한?중?일 시니어 포럼’을 열려고 한다. 원래 이 포럼과 관련해 중국 언론사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는데, 최근 중국 이슈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중국과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바로 추진하려 한다.”

- 중장기적으로 써드에이지를 통해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일단 가깝게 나 자신도 늙는다. 그래서 누구나 이 써드에이지가 풍요롭게 지나가면 좋겠다. 재무적인 게 아니라 삶 적으로 말이다. 그러려면 일거리, 놀거리, 할거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니어들의 풍요로운 써드에이지를 위해 써드에이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나가려 한다. 또한, ‘케이푸드’나 ‘케이컬처’처럼 우리나라 시니어 산업도 ‘케이시니어’로 해외에 수출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케이시니어’라니 멋진 계획이다. 생각하고 있는 게 있나.

“지금 일단 생각한 게 식단이다. 장수식단 하면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그리스식단과 오키나와식단 등이 있지 않나. 여기에 충분히 우리나라 식단도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사탕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그 과정을 다 알았으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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