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방에도 근무한 스태프, 임금은 0원"…업계 관행 고쳐져야

김가영 2023. 1.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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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방송사 결방 피해 실태 파악
"스태프 계약은 방송 회차로…결방 되면 돈 못 받아"
"정부가 나서 현장 얘기 귀기울여야"
방송 드라마 촬영 현장(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방송 외주 제작 스태프의 해묵은 피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근로 시간이 아닌, 방송이 된 프로그램 회차에 따라 임금이 지불되며 노동에 대한 비례하는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방송사 결방으로 피해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방송 외주제작 스태프 총 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9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2%가 방송사의 결방으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방이 되어도 방송사·제작사의 지시로 근로를 하고 방송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당 임금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방송 결방, 스태프 임금 줄고 노동은 그대로

문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방 기간임에도 결방 프로그램과 관련된 업무를 한 경험은 응답자의 76.5%가 ‘있다’라고 답했으며, 이들 중 92.7%는 그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한 회 결방이 되더라도 방송사에서는 다음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스태프들의 근로를 요구하고, 방송은 안 됐기 때문에 계악에 따라 스태프들은 임금을 받지 못한다.

예능 작가 A씨는 이데일리에 “방송사 PD나 외주 PD들은 회사에서 받는 고정적인 월급이 있지만, 작가나 그 외 스태프들은 방송 회차별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결방이 되면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며 “작가들의 경우, 최저 시급으로 임금이 책정된 것도 최근이고 그 전에는 더 낮은 임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막내 작가의 경우, 최저 시급으로 임금이 책정됐기 때문에 결방이 생긴다면 임금은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어 “계약조건이나 임금 수준이 부당하게 느껴져도 업계 관행이라고 하기 때문에 이의 제기를 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프리랜서 계약은 PD와의 관계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고 털어놨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김기영 지부장은 이런 구조는 오랫동안 내려온 관행이라며 “몇년 째 고쳐보려고 정부에 대응을 요구했는데 이번에 처음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사·제작사가 프로그램 납품 계약을 맺을 때 발생한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계약에서 이같은 사항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방송을 다 만들어놨다고 하더라도 방송이 되지 않으면 임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방송사의 사정이나 출연자의 문제로 방송이 결방됐을 때도 임금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강은희 변호사는 “스태프들에 대한 계약이 월급 개념이 아니라 회차로 계산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스태프들은 방송사에서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인력인데 외주화하고 있다. 방송사가 원하는 시간과 내용의 업무를 하고 사용하는 인력이면 월급 근로자로 고용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서 자체도 방송사가 경제적 우위라는 것을 이용해서 계약 조건을 정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방송가 불공정 관행, 정부가 나서줘야

문제를 잘 알고 있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오랜 기간 이같은 계약 방식이 자리잡혀왔고, ‘을’의 위치에 있는 스태프들이 ‘갑’인 방송사에 제대로된 권리를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비정규직 근무 조건에 대해서 방통위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정보를 요청하고 감사를 해야한다”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했다.

문체부는 결방에 대한 피해 및 업무 경험 등 구체적 현황을 바탕으로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심층분석을 실시하고, 서면계약 체결 지원과 현장점검, 표준계약서 보완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보균 장관도 “화려한 방송의 음지에서 일하는 수많은 방송 스태프의 피와 땀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라며, “이번 조사는 방송제작 현장에서의 약자 프렌들리 정책을 공세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출발점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방송 스태프 B씨는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해도 현장에 나와서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는 것인지,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보여주기 정책 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보고 들으며 꼭 필요한 대책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가영 (kky12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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