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도서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外
김슬기(외부기고자) 2023. 1. 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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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저하는 사회적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문해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코로나19 시대는 이를 가속화했다.
시대적으로 이제 디지털이냐 종이냐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설 등 서사가 있는 글을 읽고 인물과 사건을 파악하는 질문에서 종이로 읽을 때가 디지털보다 더 기억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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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저하는 사회적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문해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코로나19 시대는 이를 가속화했다. ‘읽기’의 영역은 그저 종이책에만 그치지 않는다. 21세기의 독서는 스크린, 전자책, 오디오북까지 아우르며 오감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요즘 아이들 문해력은 왜 떨어질까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나오미 배런 아메리칸대 언어학 명예교수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PC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이 우리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에 끼친 영향을 연구해온 언어학자다. 수전 그린필드의 『마인드 체인지』,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 등은 일관되게 온라인 읽기가 종이 읽기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경고해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학습용 읽기’ 혹은 ‘자세히 읽기’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뇌 연구를 집대성해 21세기에 필요한 독서법을 제안한다.
학계의 읽는 뇌(reading brain)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읽기란 ‘문화적 발명’이며, 따라서 모든 새로운 독자는 성장 과정 내내 가소적인 상태에 있는 새로운 회로를 자신의 뇌에 구축해야한 한다. 읽기 회로는 사람의 교육과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인다.
인간의 복잡한 지적 기술을 발달시킨 원동력은 ‘읽는 뇌’였다. 깊이 읽기 과정을 통해 가장 중요한 사유의 과정인 유추와 추론, 공감, 비판, 분석에 다다르게 됐다. 읽는 기술의 고도화에는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디지털 매체는 속도가 빠르고 멀티태스킹이 자유로워 대량을 정보를 처리하는 데 적합하지만, 느리고 시간이 필요한 인지와 성찰에는 우리의 주의력과 시간이 할당되지 못한다.
문학 연구자 스벤 버커츠에 따르면 ‘깊이 읽기’란 “천천히 생각에 잠기며 한 권이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저 단어를 읽는 게 아니다. 그 주변에서 우리의 삶을 꿈꾸는 것”이라 정의했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정보를 훑어보는 ‘하이퍼 읽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텍스트가 혼용된 세상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문해력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 첨예한 질문은 종이 읽기와 디지털 읽기의 효용에 관한 논란이다. 시대적으로 이제 디지털이냐 종이냐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둘 다 공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같은 분량도 손으로 넘기며 종이로 읽을 때가 스크롤로 디지털 읽기를 할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종이책을 주의 깊게 읽으라는 교육의 영향으로 인해서다. 연구에 참여한 학부생은 “더 주의 깊게 읽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답했다.
이 책은 새로운 시대를 위한 독서법으로 ‘하이브리드 읽기’를 제안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설 등 서사가 있는 글을 읽고 인물과 사건을 파악하는 질문에서 종이로 읽을 때가 디지털보다 더 기억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의 물성이 기억에 도움을 준 것이다. 따라서 깊이 읽기를 위해선 ‘양손잡이 뇌’가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 취학 전 아동의 경우 읽기의 목적이 소통력 향상이라면 종이책을, 읽기에 재미를 붙이는 목적이라면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 디지털 매체를 읽을 때도 스크롤보다 고정된 페이지를 읽을 때 집중도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다. 디지털 자료를 읽을 때는 의식적으로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해야 읽는 뇌를 단련할 수 있다. 읽는 인간에게 필요한 건 균형이라는 말이다.
마키아벨리가 본 피렌체 쇠락의 이유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비정한 권력자들의 바이블이 된 『군주론』이 명성을 안겨줬지만, 마키아벨리가 생애 마지막을 쏟아부은 역작은 『피렌체사』였다. 13~15세기 피렌체와 주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중세 정치, 역사를 총망라한 이 책을 쓸 당시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의 수장이자 교황인 클레멘스 7세의 요청으로 『피렌체사』를 집필했고 죽기 1년 전 그에게 헌정했다. 미렌체의 흥망성쇠를 모두 그려내는 이 책의 압권은 후반부다. 마키아벨리는 로렌초 데 메디치를 죽이려는 파치 가문의 음모에서 시작해 계속된 패배로 곤경에 처한 피렌체의 모습을 서술한다. 그밖에 소금 전쟁과 교황 인노첸시오 8세와 페르디난도 1세의 전쟁, 피렌체의 사르차나 수복 전쟁 등을 서술한 후, 로렌초의 죽음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피렌체에서는 평민이 승리한 뒤 귀족은 정부의 요직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평민의 호의를 얻기 위해 가문의 문장과 이름을 바꾸는 귀족이 많아지고 귀족 안에 있던 관용의 정신과 군사적 미덕은 사라지고 말았다. 마키아벨리는 그 결과로 피렌체가 점점 더 초라하고 비루해졌다고 분석한다. 마키아벨리는 통합만이 외세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던 뼛속 깊은 공화국의 주창자였다. 이런 그의 사상은 그가 생애 마지막을 바친 이 책을 통해 선명히 드러난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4호 (23.1.24, 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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