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기사에 38억 상납"···건설사 3년간 1686억 뜯겼다

이수민 기자 2023. 1. 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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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건설노조 압수수색]
■국토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부울경 521곳·대구·경북 125곳 등 피해현장 1494곳
월례비 1215건으로 최다···전임비 강요도 567건 달해
권역별 집중점검···원희룡 "법·원칙으로 악순환 끊을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에서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당초 3월 개교할 예정이었던 이 학교는 민주노총 집회와 화물연대 파업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예정보다 80일 정도 늦어졌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 A 건설사는 약 4년간 전국 건설 현장 18곳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44명에게 월례비 명목으로 금품을 상납했다. 지급 횟수는 697회, 금액으로는 무려 38억 원에 달한다.

# 2021년 10월 B 건설사가 공사 중이던 현장 한 곳에 대해 10개의 노동조합이 전임비를 강요했다. 해당 건설사는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노조당 100만~200만 원, 한 달에만 총 1547만 원을 지급했다.

# 4개월간 노조로부터 “소속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을 경우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는 협박을 받던 C 건설사는 결국 조합원을 채용하는 대신 300만 원을 노조에 건넸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8개 노동조합 사무실, 6개 노조의 노조원 자택 등 총 20곳에서 압수 수색을 벌였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 사례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 기업들이 쉬쉬해왔던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 요구, 조합원 채용 강요 등의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전국 건설 현장 1494곳, 총 2070건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업무일 기준 11일간)까지 건설 분야 민간 협회 12곳을 통해 진행된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 사례 실태 조사’ 결과 290개사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신고를 접수한 290개사 가운데 133개사는 월례비와 같은 부당 금품을 지급한 계좌 내역 등 입증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84개사는 이미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접수된 피해 현장은 총 1494곳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81곳, 부산·울산·경남권(부울경)이 521곳으로 전체의 약 80%에 달해 해당 권역에서 피해 사례가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울경 지역에서 신고 건수가 많은 것은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특정 노조에 가입하고 건설사 등에 월례비 등을 요구해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울경제가 별도 취재를 통해 입수한 부울경 권역 현장의 노조 전임비 지급 사례를 보면 현장마다 20만~30만 원을 최소 6개월, 최장 16개월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피해 신고가 많은 지역은 대구·경북(125곳), 광주·전라(79곳), 대전·세종·충청(73곳), 강원권(15곳) 등의 순이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접수된 불법행위 유형은 12개였으며 총 2070건에 달했다. 전체 신고 가운데 △월례비를 요구한 경우가 1215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노조 전임비를 강요하는 사례가 567건으로 그 다음이었다. 이 밖에도 △장비 사용 강요(68건) △조합원 채용 강요(57건) △운송 거부(40건) 등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조합원들이 △태업으로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비조합원의 현장 출입을 막는 등 업무 방해를 시도한 것으로 신고됐다.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파악된 기업들의 피해는 최근 3년간 1686억 원으로 집계됐다. 1개사 기준으로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당 금품 수취가 전체 불법행위의 86%가량을 차지한다”며 “기업의 피해액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금액이 아니라 계좌 지급 내역 등 입증 자료를 보유한 업체의 피해액만 집계한 결과로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건설 현장에서 요구되는 노조 전임비가 불법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고 일하며 노조 활동을 위해 근로시간을 면제받고자 할 경우 유급 근로시간 면제 계획서를 사전에 제출해 반드시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민주노총·한국노총·연합회 등 건설 현장 관련 노동조합과 단체 가운데 이를 사용자 측에 제출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의 세부 내역을 확인해 피해 사실이 구체화된 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최근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 현장은 5개 지방국토관리청을 중심으로 지방경찰청, 고용노동부 지청, 공정거래위원회 지역사무소 등이 참여한 권역별 지역협의체를 활용해 집중 점검에 나선다. 또한 이번 실태 조사는 당초 이달 13일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다음 주부터는 각 협회별로 익명 신고 게시판을 설치해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 건설사들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법과 원칙으로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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