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뭉칫돈 들어온다"… SK·롯데·다올 자금압박 벗어나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1. 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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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CP금리 안정에 자금시장 다시 활기

◆ 자금시장 온기 확산 ◆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유동성 문제에서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진행된 AA급 이상 우량 발행사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는 조 단위 자금이 대거 몰리며 예상 발행액을 넘는 '증액 발행'을 했다.

작년 9월 말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로 경색됐던 자금 조달시장이 안정화되는 분위기다.

SK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외화채 발행시장에서 기대 이상으로 흥행하며 25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2차전지 회사 SK온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작년 말 유상증자로 2조원을 마련하며 배터리 투자자금 마련에 한시름을 놓게 됐다.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의 채권 발행에도 수조 원씩 뭉칫돈이 몰렸다. KT(AAA) 3000억원(1500억원 예정), 포스코(AA+) 7000억원(3500억원 예정), LG유플러스(AA) 4000억원(2000억원 예정), LG화학(AA+) 8000억원(4000억원 예정) 등 상당수가 당초 예정 금액을 초과해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KT와 포스코의 채권 발행에 2조8850억원과 3조9700억원이 몰렸고, LG유플러스와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 채권 발행에도 각각 3조2600억원과 3조8750억원씩 자금이 집중됐다.

건설사들도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급한 불을 꺼 가는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메리츠금융그룹이 조성한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였다. 조달한 자금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ABCP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던 태영건설(A)은 최근 모회사이자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지원받았다. OCI도 전일 계열 도시개발 시행사 DCRE의 금융권에 대한 1730억원 차입금에 자금보충 확약을 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건설 자회사 살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와 함께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불거졌던 중소 증권사에 대해서도 우려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대표는 "부동산 PF 우려가 큰 증권사로 꼽혀온 다올투자증권이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완료하는 등 자구노력이 이어지면서 증권사에 대한 시각이 나아지고 있다"며 "우려가 있다고 알려진 한 증권사는 부동산 PF ABCP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을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향후 자금시장과 관련해서는 안정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보험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크레디트 시장에서 투자 수요에 비해 발행물량이 적어 스프레드(국고채와 AA-등급 3년물 기준 회사채 간 금리 차이)가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높아진 발행금리 때문에 기업(발행사)도 투자를 줄이고 있어 회사채 발행은 많이 감소한 상황으로 소강상태를 보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자금시장 발작이 진정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는 한국전력 채권 금리다. 이날 입찰이 진행된 한국전력 채권(한전채) 2년과 3년 만기 채권은 각각 3.85%와 3.87% 금리에 낙찰됐다. 응찰금액은 각 만기에 각 5600억원, 8200억원이다.

한전채 발행금리가 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전후 당시 6%에 육박한 금리와 비교하면 200bp(1bp=0.01%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다.

단기자금 시장의 대표 금리인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와 양도성 예금증서(CD·AAA급 시중은행 발행 91일물 기준) 금리 역시 지난해 우려가 컸던 때와 비교해 크게 나아졌음을 보여준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P 금리와 CD 금리는 각 4.76%, 3.68%를 기록했다. 4.7%대 CP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 수준, 3.6%대 CD 금리는 10월 중순 수준에 해당한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안정됐지만 올 상반기에 부동산 PF 복병이 남아 있다. 자금시장 온기를 비우량채까지 퍼져나가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실제로 이번주부터 진행된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는 일부 미매각이 발생하거나 응모액이 줄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효성화학(A)에는 기관투자자가 전혀 응찰하지 않아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결국 KDB산업은행이 발행 예정액(1200억원)의 상당 부분(700억원)을 떠안았고, 신세계푸드(A+)는 발행액(500억원)을 웃도는 1950억원의 응모액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

롯데건설 2대 주주인 호텔롯데(AA-)이 지난 16일 1500억원 규모로 진행한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는 응찰액이 올해 들어 AA급 회사채 수요예측 최저 수준인 5300억원에 그쳤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시장 전반적으로 A급 이하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최고운용책임자는 "정부가 시장 여건을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안정된 상황으로 보인다"며 "다만 올해도 (건설사와 증권사 등) 약한 고리는 한두 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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