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수소, 현실적인 탈탄소 해법 … 韓 민관 함께 뛰어야 시장선점
"석유·가스 사업과 탈탄소 사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 저탄소 에너지원인 블루수소가 중장기 해법이다."
아민 나시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2023 연차총회 현장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을 나누며 원유를 더 깨끗하게 사용하는 데 인류 에너지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아람코를 이끌어온 나시르 CEO는 2019년 기업공개(IPO) 등 회사에 굵직한 성과를 낸 주인공이다. 나시르 CEO는 서구세계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탄소중립의 문제점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 당장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할 수 없다면 석유화학 산업에서 우선적으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진보가 더 현실적이고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나시르 CEO는 "우리는 더 깨끗한 원유를 얻기 위해 탄소 포획과 탄소 저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고 가스 중 일부를 블루수소로 바꾸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가 더 깨끗한 에너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람코가 생산하는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남은 수소다. 생산과정에서 약간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해서는 탄소 배출량이 월등히 적다. 나시르 CEO는 "한국, 독일 기업과 블루수소 유통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배럴당 250달러로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단점이지만 각국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면 빠르게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대담 내용이다.
▷장대환 회장=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은 언제까지 가능한가.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없나.
▷아민 나시르 CEO=사우디에는 약 2600억배럴, 현재 가치로 3경원 이상의 매장량이 있다. 앞으로 50년 넘게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막대한 원유 소비에도 지난 20년 동안 매장량은 변하지 않았다. 충분한 비축량이 있다 보니 공급 측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장 회장=대체에너지에 대한 미래 계획은 무엇인가.
▷나시르 CEO=모든 사람이 LNG를 말할 때 나는 블루수소로 가자고 했다. 탄소 배출 관점에서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만들어지는 그린수소보다는 못하지만 LNG보다는 낫다. 비용이 비싸지만 그만큼 더 깨끗하다.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상용화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와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은 더 깨끗한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장 회장=에쓰오일 등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만족하나.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해 한국 기업과 맺은 투자협약이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나시르 CEO=매우 만족한다. 항상 기회를 보고 있었다. 현재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한국 기업과 파트너를 맺고 있다. 한국 기업은 제시간에 맞춰 일을 잘하고, 비용 통제에도 능하다. 최근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70억달러 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처럼 우리는 한국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장 회장=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시티도 한국 내 관심이 많다. 사우디 국민은 어떤가.
▷나시르 CEO=완전히 새로운 사업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항상 좋다. 재생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더 시원하고 더 깨끗한 지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 사람들은 100% 청정 지역을 원하고 있다. 차는 모두 전기차만 돌아다니는 방식이다.
▷장 회장=신기술 연구를 위한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나시르 CEO=연구센터가 미국 3곳을 포함해 한국, 중국, 러시아,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3곳에 분포돼 있다. 인재가 있는 곳에 연구센터를 짓는다는 원칙이다.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 펀드를 조성해 관련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장 회장=KAIST와도 협업 관계가 있다고 들었다. 사우디에 KAIST 캠퍼스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은데.
▷나시르 CEO=우리는 KAIST와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아람코는 이미 KAIST에 '사우디 아람코·KAIST 이산화탄소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KAIST가 사우디에서도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나는 찬성이다.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만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 세계에 우리가 많은 연구센터를 여는 이유다.
[특별취재팀=다보스/김대영 부국장·윤원섭 뉴욕특파원·김동은 차장·유준호 기자·김영호 MBN 기자·서울 김덕식·백상경·박민기 기자·조예진·이지영·박건우·김민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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