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건설노조 사무실 14곳 들이닥쳐 … 양대노총 "1970년대로 돌아간듯"
휴대폰·전자정보 대거 압수
노조원과 물리적 충돌은 없어
19일 오전 9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북지대 사무실. 한 시간 전부터 경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곳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관 60명이 사무실 입구를 가로막고 건물 진입을 막으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오전 이른 시간 경찰이 압수수색에 돌입하면서 조합원 일부는 3시간가량을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서북지대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중견급 조합원은 "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경찰의 기습 강제수사에 당황한 조합원들은 사무실 안팎을 오가면서 서로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이번 압수수색 영장을 보니 '공갈' 혐의가 적혀 있더라"면서 당황해했다.
압수수색이 벌어진 다른 현장에서도 조합원들이 경찰에 큰 목소리로 항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노원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동북지대 사무실에서도 조합원들이 경찰의 제지를 받자 "통행의 자유도 없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여론몰이로 공안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건설노조 조합원 김 모씨는 "민주노총은 1000원짜리 영수증 하나도 찾아서 제출하는 조직"이라면서 "민주노총은 청렴 하나로 버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이 3월 정도에 올 줄 알았는데 설날 전에 와서 분위기를 잡고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마치 197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압수수색 현장에선 경찰과 노조원 간 큰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고 압수수색을 방해하다 연행된 인원도 없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등 8개 노조 14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휴대폰 22점을 포함한 전자정보 약 1만7000점 등을 압수했다.
양대 노총은 이번 압수수색을 "의도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실력행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와의 정면 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 년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19일 건설노조 압수수색을 두고서는 "온갖 불법과 부조리가 넘치는 건설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노력해온 건설노조 탄압은 토건자본의 불법 착취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대상이 된 간부가 소속된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산하 노조 위원장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7월 총파업에 앞장서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양 위원장은 앞서 5월 1일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을 일찌감치 공식화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정면 대결을 선포한 바 있다.
이날 산하 지부 4개가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한국노총 역시 "노동조합을 비리집단으로 몰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정부로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노조로 돌려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정의했다.
[박제완 기자 / 이지안 기자 / 김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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