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아이슬란드는 왜 금리 안내렸을까
10여년간 글로벌 저금리 정책에
무분별 대출·투자로 거품 양산
강력한 구조조정·저축증대 통해
위기극복한 아이슬란드 처방 주목
금리의 역사·가치·통화정책 다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등을 통해 지난해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4.25~4.50%까지 급격히 끌어올렸다. 새해에도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듯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가 늘어나는 등 개인들의 고통이 증가한다는 것이 일반적이 인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정도를 측정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9.1%나 오른 바 있다. 이는 40년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12월 지수도 6.5% 강세를 기록하는 등 물가불안은 지속 중이다.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의 극복과정에서 초저금리를 통해 너무 많은 돈이 시장에 풀렸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이번에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신간 ‘금리의 역습(원제 The price of time)’이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영국 출신의 금융분석가인 에드워드 챈슬러다. 앞서 책 ‘금융투기의 역사’를 통해 신용거품을 경고한 그는 이번에는 돈에 붙는 ‘이자’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저자는 이자의 근원까지 파고든다. 서기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도 이자는 있었는데 20%라는 초고금리였다고 한다. 18세기 이후 상업의 발달과 함께 금리는 5% 내외에서 등락했다. 저자는 1849년 벌어졌던 무정부주의자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과 자유무역옹호자 프레데릭 바스티아의 논쟁을 강조한다. 당시 프루동은 “이자는 약탈”이라면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바스티아는 “상호 서비스교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옹호한다. 흥미롭게도 과거 서구의 사상을 지배한 기독교회도 이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럼에도 이자는 살아남았고 현재는 이를 부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저자도 책의 제목을 ‘시간의 가치’로 하면서 이자를 긍정하고 있다. 근대 이후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고·저금리에 대한 논란은 지속중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들어 고금리와 저금리 가르는 기준은 대개 ‘2%’다. 기준금리가 2% 보다 낮으면 저금리라고 본다. 역대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저금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싼 값에 돈을 빌려 투자를 하면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나친 저금리는 해롭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이들의 주장은 금리가 낮아도 이의 혜택을 받는 것은 부유층 등 기득권자들 뿐이고 실제로 저소득층은 이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금자들의 이익을 빼앗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욱 중요하게는 저금리가 무분별한 대출과 투자를 통해 ‘거품’을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저자 역시 저금리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선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연준이 금리를 바닥까지 내리면서 풀린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의 가치가 치솟고 거품이 만연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이상 급등도 초저금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통화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소환한다. 1930년대 대공황에 대한 대책으로 하이에크가 제시한 해결책은 오히려 금리를 올려 저축을 장려하고 부실 기업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유럽의 아이슬란드가 이런 처방을 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연준의 달러를 받지 않았으며 양적완화나 금리 인하도 없었다. 오히려 강력한 구조조정과 저축 증가를 통해 가장 먼저 정상화됐다. 이에 대해 “저금리를 통한 부양을 지지하는 혹자는 하이에크에게 경제학 원리가 아이슬란드 같이 작은 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이에크는 ‘경제학 원리는 어디서나 유효하다’고 응수했다”고 저자는 썼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도 미국 연준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추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2010년대 줄곧 이어졌던 저금리 정책이 더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때부터 쌓인 거품이 팬데믹 과정에서 터졌다는 취지다.
금리는 현대 경제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에 깊숙히 간섭하고 산업의 흥망성쇠를 이끄는 핵심 기제임에 틀림이 없다. 금리에 맞춰 정부는 적정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은 사업을 계획한다. 가계의 소비와 투자, 저축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단순히 호황에는 금리를 높이고 불황에는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책에서 별도의 장을 마련해 중국의 통화정책도 소개한다. 중국은 그동안 강력하고 억압적인 금융정책을 채택했다. 금리를 가능한 낮춰서 경기부양을 지지해왔다. 이러한 저금리체제가 거대한 거품을 만들었고 이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불안요인이라는 지적이다. 3만3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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